네이버가 야심차게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네이버가 야심차게 "또"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네이버가 야심차게 "이제서야"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첫번째는 팩트이고, 아래의 둘은 내 느낌이다.


네이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연례행사처럼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영상 서비스 강화의 방향이라는 것이 동영상이라는 포맷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이 니즈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방송 컨텐츠와 셀럽 제휴를 통한 조기 확장은 미투데이 시절부터 지겹도록 답습해 온 네이버의 전략(어쩌면 전형적인 한국 기업의 전략)이고, 크리에이터들 역시 "너희가 원하는 바로 그걸 줄게"가 아니라 "이렇게 잘 만들었으니 한번 봐"에 가까운 컨텐츠를 만들어댄다.

네이버의 동영상 강화 발표때마다 등장하는 건 유튜브다. 국내 기업의 역차별 이슈는 서수남에 하청일처럼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데, 너무 진부해서 이제는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사용자의 검색패턴 변화를 엄청난 시장 인사이트인 양 떠드는데, 유튜브가 검색량으로는 세계 2위로 올라선 것이 거의 십년전이다. 이걸 작년에서야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전략의 근거로 꺼낸다는 게 한심할 지경이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그쪽이다 보니 네이버의 검색과 광고, 그리고 컨텐츠 서비스 전략에 대해서는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최근 몇년간 네이버의 발표는 단순한 말장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이제서야 그런 말 하는 것도 웃기고, 너희들이 한다고 해봐야 뻔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작년부터 심해진 네이버의 이러한 대 퍼블릭 전략을, 개인적으로는 한성숙 대표와 연관지어 바라보고 있다. 한대표는 꽤 오래 전부터 검색 서비스를 총괄하는 직무를 맡고 있었으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도대체 기자 한 게 몇년 전이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업인으로서 초창기 몇년의 정체성은 이후 전직을 해도 상당히 남아있게 된다. 왜 네이버의 "말장난" 같은 전략들과 한대표를 연관짓냐면, 한대표가 바라보는 사업과 사업환경 자체가 내가 볼 때는 아이엠그루트 아이엠그루트..........


이번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강화 발표의 한 축은 업그레이드된 편집툴 제공을 통한 블로그 내 동영상 컨텐츠 활성화, 그리고 그에 따른 네이버에서의 동영상 검색 강화다. 

아... 진짜 기사 잃다가 한숨 쉬고 닫았다.


잠시 다른 얘기.

2000년대 초반, 잡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사업개발을 진행했다. 사업개발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끝은 미약했으나, 시작은 겁나게 창대했지. 지금 보면 터무니 없지만 당시는 왑이다 뭐다 하면서 초창지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막 시작될 때였다. 


밀레니엄 베이비들은 모르는 이런 시절의 얘기다


KT가 2002 월드컵 BTL에 100억이라는 돈을 퍼부엇네 어쩌네 하던 직후에 그 이상의 개발비였으니, 당연히 시장 및 사업성 분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내부와 외부 자료들을 검토하던 중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적인 느낌을 가졌는데, 바로 모바일을 이용한 잡지 서비스의 기회요인 측면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기회 요인은 사용자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패턴에서 나왔다.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1) 엔터테인먼트, 2) 정보습득이었다. 지금이야 다양한 컨텐츠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보성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매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잡지가 떠오르던 시절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의 보다 깊은 조사 결과,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조사와 잡지에서 말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정보습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모바일 인터넷에서의 엔터테인먼트는 맞고 같은 시간 때우기용 게임, 정보습득은 날씨 정보를 주로 하는 생활정보를 말하는 것이었다. 즉, 표면상 같아 보였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네이버는 과연 동영상 검색이라는 속성을 이해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어느 경우에 어떤 컨텐츠를 어떤 검색어로 찾는지 충분히 분석했을까.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 2천년대 초반의 잡지 업계처럼 사실은 표현하는 단어만 같을 뿐인 두 개념을 동일하게 보는 건 아닐까.


아래는 같은 검색어에 대한 구글 웹검색과 유튜브 검색의 일자별 변화이다.

같은 검색어임에도 웹과 유튜브에서 상당히 다른 패턴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각 검색 활동에서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웹검색과 동영상 검색은 매우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내의 동영상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말한다. 블로그 내의 동영상은 유튜브의 동영상과 같을 수 있을까.

유튜브의 동영상은 온전히, 그리고 독립적인 하나의 컨텐츠로 존재한다. 

그러나 블로그 내의 동영상은 블로그 컨텐츠 중 하나의 요소로, 일종의 부연설명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텍스트와 글로 이미 구성된 블로그 컨텐츠의 모든 내용을 다시 동영상으로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색을 통해 경험하는 동영상 컨텐츠 측면에서 네이버의 동영상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나. 그 부연의 컨텐츠로 존재하는 동영상으로는 어떠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사용자가 광고를 감수하고 시청할 가치가 있을 것인가, 크리에이터가 동영상에 공을 들일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

모든 면에서 부정적으로 보여진다.


네이버가 원하는 대로 된다 하더라도, 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와 경쟁할 수 없다. 네이버가 말하는 블로그 동영상의 경쟁은 아마도 인스타그램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이상의 동영상 품질과 가치가 기대되지 않는다. 동영상을 메인으로 삼지 않는 인스타그램과 경쟁하기 위해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에 이 정도의 중요도를 두고 있는 것인가?


블로그 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네이버의 서비스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블로그 내의 동영상 컨텐츠는 점점 더 활동도가 높아지고,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서비스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서비스가 "동영상 강화를 통한 사업 활성화"라는 네이버의 일성에 맞는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원래는 크리에이터의 수익모델이나 검색어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등도 다루려고 했으나, 내가 바빠서 이만.

누가 또 쓰겠지 뭐.


야 근데 말야.

니들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은 어떻게 할거냐? 다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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