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응형 웹이 대세입니다. 반응형 웹이 단지 전략적 선택 사항이 아닌, 마치 웹의 미래라는 길에 당연히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희 광고주 중 한 브랜드의 웹사이트도 반응형 웹으로 작년 말에 런칭을 했고, 그 외의 다른 곳들에서도 웹사이트 개편을 하며 반응형 웹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테크니션 출신이 아닙니다. 심지어 디지털 출신도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 9년을 돌아다녔고, 그것도 이벤트를 짜고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파트가 아닌 사업의 개발과 관리, 분석과 기획 쪽의 마케팅을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반응형 웹이라는 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나며 얼마나 밝은 내일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몇년 전에 HTML5가 엄청난 이슈였죠. 당장 HTML5로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으면 난리가 날 것처럼 떠들어 댔었습니다. 글쎄요. 지금 어떤가요? 

작년 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여기저기서 SEO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2년 전만 해도 네이버나 구글에서 SEO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오소 또는 EC21 정도만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광고 슬롯이 꽉 차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 눈에는) 그 어떤 트렌트가 반응형 웹으로 넘어간 듯 합니다. 


이 트렌드가 누구를 위해 누구로부터 나오거나 만들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로 테크니컬 사이드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 웹사이트 개발 회사들이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임감이라는 면에서는 그 000만능주의가 매우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현재 SEO를 한다고 말하는 웹사이트 제작사 또는 바이럴마케팅 출신의 회사들에 대해 할 말이 매우 많지만 그건 다른 글로 넘기겠습니다.)


그럼, 반응형 웹에 대해 한번 알아봅시다. 

반응형 웹(Responsive Web) 이란?
반응형 웹이란 HTML5의 “미디어 쿼리”를 이용하여 하나의 소스로 제작된 컨텐츠가 데스크탑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블렛 PC, 모바일 폰 등 다양한 크기의 디바이스 환경에 맞추어 해상도나 화면이 동적으로 변환되는 기법을 말한다. 

<출처: 온라인 버즈 연구소, "진화하는 웹사이트: 반응형 웹">


한마디로 어떤 디바이스에서건 이용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변화무쌍한" 웹이죠. 데스크탑 뿐 아니라 태블릿과 모바일을 많이 사용하는 이 시대에 딱 맞는 컨셉입니다.


<반응형 웹 사례: www.colly.com>


분명 멋있고 가치있으며 나름의 역할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 광고주 중 한 브랜드는 모바일 기기로부터의 유입이 월평균 30%가 넘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웹사이트도 반응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게 꼭, 언제나 좋은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잠시 유명한 분의 말씀을 인용해 보죠.

 "여기에도 저기에도 된다는 것은 종종 어느 한가지에만 제대로 되는 경우가 많아. 최악의 경우에는 이도저도 아닌 것이지."

B&A의 빛과 소금이자 아예 모든 것, 야매 브랜든 선생


바로 이 문제입니다. 


같은 브랜드에서 같은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TV와 라디오, 잡지와 신문, 빌보드와 차량광고의 메시지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매체를 접하는 소비자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 환경은 지면의 주목도와 기대되는 반응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즉, 라디오를 듣는 사람과 신문을 보는 사람은 다른 니즈와 반응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디지털은 어떨까요? 데스크탑을 쓸 때와 모바일을 쓸 때는? 우리의 데스크탑과 모바일의 사용이 단순히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패턴을 갖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결과에 영향이 있을 정도로 매우 다름"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마케터들과 웹기획자들은 동일 고객이 모바일을 사용할 때를 고려하여 글의 길이와 사진의 종류와 메뉴의 구조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컨텐츠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죠. 이 최적화는 단순히 모바일스럽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바일은 모바일 나름의 이용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의 웹사이트가 상당히 많은 텍스트 정보와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면? 단순히 반응형 웹으로 모바일스럽게 보여준다고 해서 모바일 최적화가 되는 걸까요? 모바일 이용자가 데스크탑 이용자처럼 자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까요? 하다못해 블로그 형식의 글을 쓸 때에도 모바일에 대해 따로 고민하는데!!!


컨텐츠의 최적화 다음의 문제는 프로모션의 문제입니다. 데스크탑과 동일한 컨텐츠를 단지 다른 모양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MONILE ONLY" 프로모션의 기획과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페이지를 단지 다르게 보여줄 뿐이거든요. 이 이슈에 대해 개발쪽의 한 지인이 "그럼 모바일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이쪽 이쪽으로 보내버리면 되잖아"라는 해법을 주셨습니다.

.....

그럴꺼면 그냥 모바일 사이트 따로 만들지 뭐하러 반응형 웹으로 합니까...


세번째는 검색마케팅의 문제입니다. 검색결과 화면에서 우리가 보는 Title과 Description은 생각보다 클릭과 Conversion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SEO와 PPC 모두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단일 페이지, 단일 URL, 단일 컨텐츠. Title과 Description을 다르게 할 수 없겠죠. 이 말은 모바일 이용자들의 검색 니즈와 패턴이 무시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검색마케팅에서는 모바일과 데스크탑에서 키워드 패턴 자체가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요, PPC에서의 전략적 키워드의 선정, SEO 랭킹 전략 등에서 문제가 되지요.


좋은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언제 이 좋은 것을 다녀갔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많은 기술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기술이란 약과 같습니다. 나와 맞아야 좋은 것이지, 어디에도 좋은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제가 소셜미디어 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채널이 가장 큰지 보기 전에, 내가 뭘 할지를 생각해라" . 어떤 종류의 컨텐츠가 나올지, 얼마나 자주 나올지, 기대하는 고객 액션은 무엇인지 등등. 그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소셜미디어 자체가 우리 회사에는 아직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응형 웹이 나쁘다는 결론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반응형 웹의 도입을 고민할 때 반드시 먼저 생각해주세요.

모바일을 통한 방문은 현재 어느 정도이며 어느 정도로 기대되는지, 모바일과 데스크탑의 컨텐츠에 차이가 없어도 되는지, 모바일 이용자만을 위한 별도의 프로모션은 없을 것인지. 데스크탑 사이트와 동일한 컨텐츠가 정말 우리와 고객의 의도에 적합한 것인지. 기술은 과정을 좋게 만들어줄 뿐이지 결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마케터는 기술을 이용해야지 기술에 끌려가면 안되는 것이죠. 기술쪽에서 말하는 최적화가 마케터에게 최적화는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간만에 쓰는 글이라 어지간하면 회사 소개랑 자랑을 넣어서 영업도 하겠는데 요새 바빠서 일 잘 안 받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의 업계의 다른 선수들께 여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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