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모 자동차 그룹의 SEO(검색엔진최적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내부적으로도 조마조마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환경적으로, 지식적으로, 시간적으로, 인력적으로 등등 많은 면에서 "정말 잘 될까?"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SEO, 빼어난 성과를 보이다]


3개월간의 Implementation이 지나고 3개월의 모니터링 기간이 지나, 성과보고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검색엔진이 웹사이트 변화를 확인하고 랭킹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SEO는 일정 기간의 모니터링 기간 후에 결과 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프로젝트 실무를 이고 지고 가던 담당 AE가 데이터를 취합하다가 들뜬 목소리로 저를 부르더군요.

"오 팀장님. 전체적으로 30% 넘게 검색 트래픽이 올랐어요!"

"오오 잘됐네. 수고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

안도감과 기쁨도 잠시, 그 뒤의 아무 여운이 없었습니다.

트래픽 30%가 넘었다?

잘 했는데... 그래서?

그 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가 디지털로, 게다가 검색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의, 다른 마케팅 영역의 방식이었고, 그 방식이 대개의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트래픽이 얼마가 늘었다고? 그 트래픽이라는게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아닌데. 

내가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광고주도 마찬가지일테고, 

그 얘기는 우리 일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를 단지 기술자로 보게 되는 것일텐데.

난 우리 팀원들에게 늘 업자와 파트너의 차이, 대행사와 컨설턴트의 차이를 강조했고 그래서 외부 미팅때는 늘 정장을 입도록 했는데.

트래픽 너머의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트래픽이 아닌 또다른 SEO 성과를 고민하다]


하지만 SEO 프로젝트에서 트래픽은 랭킹변화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이며 일반적인 성과입니다. 

랭킹만 가지고 성패를 따질 수 없는 것이, 한달에 한두명 들어오는 롱테일 키워드에서 1위 해봐야 아무런 성과로 이어지지 않거든요.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구매전환이라도 있겠는데, 자동차회사다 보니 그런 것도 없었죠.

그렇다고 온라인 트래픽과 차량 판매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도 없었고요.


아... 돈으로 말해주면 참 좋은데...

돈으로 말해주면 우리 클라이언트 담당자 뿐 아니라 그 위 어르신들도 한번에 이해할텐데...

아... 돈으로 말하면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 문제는 "언어"의 문제입니다.

SEO의 성과는 마케팅과 경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보고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검색마케터들이 IT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찾아야 했습니다. 



[난 정말 대단해]


그러다 떠오른 생각 하나.

SEO 프로젝트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정말 있다고 있는데 있을껄 있다니까 있어요 있지않습니까 있을래요 있으시렵니까


콜럼부스의 달걀입니다.

답을 듣고 나면 매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SEO 성과를 발표한 곳은 단 한 군데도 보지 못했습니다.


검색마케팅은 크게 SEO와 PPC로 나뉩니다.

PPC는 직접 돈이 들고 납니다.

그래서 SEO의 성과 측정에 PPC를 도입했습니다.

바로,

"니들이 이 키워드들에서 이만큼씩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키워드 광고를 진행했다면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이것은 오프라인에서 홍보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과 같습니다.


바로 담당 AE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SEO 결과 트래픽이 늘어난 키워드를 다 뽑고, 그 전과 후의 CPC를 찾아라"

음... 제가 왜 팀원을 시켰냐면요...

저 그때 PPC 계정 못 다뤘거든요 ㅠㅠ 


그리고 또 하나.

1위 키워드 갯수의 변화를 찾아라.

SEO가 결국 상위 랭킹을 통한 -> 트래픽의 증대를 통한 -> 사업성과 및 기회의 증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라면, 1위 키워드의 갯수 역시 유의미한 것입니다.

여기에, 트래픽이 발생한 총 키워드의 수를 더했습니다. 


보통의 SEO 회사들이 "오오오 트래픽이 00% 늘었고, Visibility Score가 어떻게 되었고..."라는 Web Analytics의 관점에서 발표하죠.

저희의 해석은 이랬습니다.

"당신들은 연 13억원의 키워드 광고 성과를 SEO를 통해 거뒀다. 다시 말하면 당신들은 그 13억원을 절감하여 다른 마케팅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직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도 있으며,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다. 또한 당신들은 SEO 전보다 00개의 키워드에서 더 높은 순위의 노출을 하고 있으며, 00개나 많은 키워드로 새로운 트래픽을 만들어냈다. 이는 잠재고객들이 당신들의 사이트를 발견하고 방문할 수 있는 Gateway가 더 증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마케팅 + 비스니스적인 해석입니다.


SEO는 웹 기술이 아닙니다. 

웹기술적 요소를 다루긴 하지만, 결국은 마케팅 활동의 가치가 더욱 큽니다.

마케팅 활동의 가치는 돈입니다.

돈으로 여러분의 성과를 표현하세요.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저 해에 저 클라이언트사 부회장님까지 결과보고가 올라간 디지털 프로젝트가 딱 두개였습니다. 대기업은 어지간한건 이사님 선에서 끝나더라고요. 

하나는 맥킨지의 디지털 컨설팅.

또 하나가 저희의 SEO 프로젝트.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디자인을 바꾸면 고객 전환율이 00% 증가할 것이고, 매출이 00% 증가할 것입니다."

"이렇게 광고카피를 바꾸면 클릭율이 00% 증가할 것이고, 전환율 고정의 전제하에 매출은 00원이 증가할 것입니다."

고객전환율을 늘리기 위해 웹사이트 개편을 제안해놓고 성과목표는 제시하지 않는다고요?

개발비만 받으면 땡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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