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마케팅인가 검색마케팅인가?

다소 생뚱맞은 질문으로 시작해봅니다.

이렇게 한번 바꿔서 여쭤볼께요.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검색마케팅인가 검색마케팅인가?


저는 오프라인에서 시작해서, 신규사업개발이나 회사 내부의 마케팅 팀장 등으로 9년을 일하다가 디지털로 넘어왔습니다. 그리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캠페인 전략 같은 일도 했었고, 검색마케팅 내에서도 SEO(검색엔진최적화)와 PPC(키워드 검색광고)를 모두 경험하는 흔치 않은 기회도 가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커리어를 검색마케팅에서 시작하신 분들보다는 우리가 만나는 광고주 또는 오프라인쪽 분들의 시각을 잘 아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광고주 입장의 얘기를 좀 써 볼께요.

아마도 다른 대행사 분들께는 "그래서 니가 그렇게 잘해? 너 얼마 벌어?"하고 욕을 먹을 수도 있겠네요.



광고주나 오프라인쪽 분들께서 흔히 말씀하십니다. 

"나 검색마케팅은 잘 모르겠어"

정말로 많이 듣는 말씀입니다.


신문광고 카피를 보고, 잡지광고 시안을 보고, 티브이광고 영상을 촬영할 때 많은 의견을 던지는 회사 또는 마케팅 부서의 대표자 분들이신데, 유독 검색마케팅은 낯설고 어려워 하시더군요.


물론 검색마케팅은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과는 큰 차이가 있고, 심지어 같은 디지털인 배너광고와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 차이는 매우 치명적인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연필을 옆에서 보고 길다고 하는것과, 위에서 보고 동그랗다고 하는 것의 차이와 같습니다. 같은 연필을 보는 것이지만 시각 자체가 다른 것이지요. 저 역시 검색마케팅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차이 때문에 고생을 했었습니다. "최적화"의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검색마케팅 역시 마케팅입니다. 신문과 티브이와 잡지 광고가 갖는 역할이 다른 정도의 차이, 그 역할의 차이로 인한 실행전략의 차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외로 이해가 빠른 것이 검색마케팅입니다. 결국 마케팅이니까요.


검색마케팅에서 마케팅이 빠지고 나니 테크닉만 남습니다. 

마케팅 전략에서(사실은 모든 전략에서) "A를 하면 사람들은 B를 할테고 그래서 우리는 C를 얻는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세워져야 하는 전략과 전술의 기둥인데, "A를 한다"만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SEO(검색엔진최적화)를 진행했습니다. 

3개월동안 웹사이트와 컨텐츠를 모조리 뜯어고쳤고, 그 결과 Visibility(랭킹을 SEO에서는 이렇게 부릅니다)는 40%가 개선되었고, 월평균 검색방문자 수가 20% 증가했습니다. 

성공적이지요?

하지만 마케터의 눈에서는 이건 그냥 숫자에 불과합니다.

한 웹사이트가 갖는 키워드의 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이 글의 여기까지만 해도 검색마케팅, 신규사업개발, 캠페인전략, SEO, PPC, 신문광고, 잡지광고... 등등이 있습니다. 조금 더 크게 봐서 제 블로그에서 큰 의미를 갖는 키워드를 봐도 유투브, SEO, PPC... 엄청 많지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기업의 웹사이트 담당자가 있다면, 자체 로그 툴이나 Google Analytics를 한번 살펴보세요.

모든 페이지, 모든 키워드가 성과 기준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키워드들은 트래픽만 발생하고 전환이 없고, 어떤 키워드들은 트래픽은 낮지만 전환율과 그 양이 크기도 합니다. 어떤 키워드들은 어느 것에도 기여하지 못하고요.

Visibility 40%와 방문자 20%가 "방문은 하지만 전환이 낮은 키워드"에 집중되어 있다면?

여기에서 웹사이트를 바라보는 IT부서와 마케팅 부서의 "목표" 차이가 나옵니다.



블로그를 이용한 컨텐츠 마케팅은 조금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오늘 차두리 선수의 가정사에 대한 뉴스가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키워드의 경우 어김없이 병원 블로그들이 블로그 검색 상단에 위치합니다.


유독 병원 블로그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특히 여자 연예인 노출이 이슈가 될 때면 100%입니다.


운영 목적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이렇게 해서 들어온 사람들 중에 우리 병원과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고객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있을꺼야"


아, 예. 말은 됩니다.

하지만 다른 마케팅 활동에서 이렇게 운영하는 케이스가 있나요?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할 때 20대 여성 타겟의 화장품이 탑골 공원에 가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20대 여성을 위해 행사를 하나요?

이건 티브이나 배너 같은 매스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이랑은 얘기가 다릅니다. 하다못해 배너광고, 신문광고도 전체 이용자의 경향성은 봅니다.

이런건 리소스의 낭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대행사 담당자는 이렇게 보고하겠죠.

"오홍홍 저희 블로그가 이번에 이런이런 인기 키워드에서 1등을 해서 방문자가 이만큼이나 나왔어용"


마케팅 담당자분들, Google Analytics를 블로그 컨텐츠에도 적용하세요. 트래킹 URL을 통해 외부 플랫폼에서 클릭하는 것도 성과 측정을 할 수 있거든요.

저렇게 들어온 트래픽들, 장담하는데 100% 의미없이 날라갑니다.

이런 식으로 알게 된 병원 블로그를 즐겨찾기 또는 이웃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며, Google Analytics에서 살펴보면 분명히 이탈율이 높을 겁니다. 

이용자들은 검색결과 화면에서 낚일지언정, 방문 이후에도 낚일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컨텐츠 SEO를 하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컨텐츠의 연관성과 질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들이 빠진 컨텐츠는 트래픽은 가져올 수 있지만 절대 성과까지 연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PPC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고요.

최근 손대고 있는 광고주의 경우 계정 자체가 말이 안되게 세팅되어 있더군요. 계정이 개판인데 운영이 잘 될 리는 없지요.

광고주에게 딱 한마디 했습니다.

"Account Structure에 전략이 반영되는데, 이걸 니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전략이 뭔지 니가 이해하지 못했다는거야. 혹은 전략이 없거나"



마케팅의 이런저런 동네를 돌다 검색마케팅을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글쎄요 뭐랄까요.

사업전략과 목표는 없고 Tactic만 판을 치는 느낌입니다.


검색마케팅은 마케팅입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 여러분들께서 하시는 다른 모든 마케팅 활동과 그 과정을 다를 수 있겠지만, 전략의 시작과 목표의 끝은 똑같이 존재합니다. 오프라인에서 "00명 참가" 한 마디가 목표가 아니듯, 검색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저 위와 같은 경험을 하셨다면 절반은 담당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나 검색마케팅은 모르겠어"라고 지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린 건 아닐까요? 대행사가 먹여주는대로만 받아먹은 건 아닐까요?

그 순간 여러분의 리소스는 하늘로 의미없이 날아갑니다.

손대지 않을 웹사이트의 부분부분까지 뜯어고치게 되고, 절대로 성과가 나지 않을 키워드에 돈을 쓰게 되고, 아무도 충성도를 갖지 않을 블로그 컨텐츠를 만드는 데 외주비용을 쓰게 됩니다.


검색마케팅은 마케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마케팅 전략"과 "마케팅 목표"만 분명하게 하시면 됩니다. 그 사이의 과정은 대행사의 몫이고요.

시작과 끝은 대행사가 아닌 여러분이 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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