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해 전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하던 회사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의 검색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었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양사의 APEC HQ-APEC HQ 차원으로 이루어졌는데, 중간중간 들리는 얘기로는 클라이언트와의 얘기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몇개월을 힘들어 하다가 싱가폴에서는 "그래, 이 BM이 한국 출신인데, 우리가 한국 환경을 잘 몰라서 얘기가 안되는 건지도 몰라. 한국 오피스에 도움을 청하자"라고 결론내렸고, 한국에 있는 나와 싱가폴에 있는 클라이언트 BM과 컨퍼런스 콜을 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컨퍼런스를 하던 중, 클라이언트의 한마디를 통해 나는 왜 그동안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다 아는데요, 키워드 광고는 어차피 인지도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저희는 그런건 일단 우선순위로 두지 않아도 돼요."


그 후에 다른 프로젝트들 때문에 알게 된 바로는, 그 브랜드의 한국팀은 거의 대부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그 회사는 현재도 브랜드 검색을 제외하고는 키워드 광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키워드 광고는 마케팅 채널 R&R에서 Performance Channel로 분류되어야만 한다.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 


"네이버 검색결과화면 제일 상단에 키워드 광고가 있잖아요. 그러니 키워드 광고는 인지도를 높이기에 제일 좋아요"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말이다. 나도 실제로 키워드 광고 강의를 나가면 저 말을 한다.

하지만 저 말은 

 - 키워드 광고를 통해 웹사이트에 유입되고

 - 국내 검색엔진에서는 키워드 광고 영역이 너무 커서 키워드 광고를 집행하지 않으면 사이트 노출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키워드 광고의 필요성을 말하기 위함이지, 키워드 광고의 제일 큰 목적이 인지도 증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케팅 채널의 운영 목적이 달라진다는 것은 키워드의 선택에서부터 성과측정까지 모든 실행이 달라짐을 의미하므로, 그 운영 목적을 정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클라이언트를 비난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즉 대행사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사업성과 증대를 위해 많은 대행사들이 노력하지만, 사실상 키워드 광고 업계의 적지 않은 대행사들은 대형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소형 클라이언트를 많이 확보하여 수익을 만들어낸다. 

월 1백만원의 광고비를 집행한다고 하면 대행사의 수익은 15%인 15만원이 된다. 대리급 AE 한명이 이러한 클라이언트 20개만 운영해도 한명의 인건비가 나온다. 

문제는, 한 사람이 열개 스무개의 계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계정 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일단 대충 키워드를 뽑아서 세팅을 하고 나면, 매주 시스템에서 데이터만 뽑아서 이메일로 보고하고 끝이다. 키워드 업데이트? 카피 관리? 그런거 없다. 정기 대면 미팅은 일년이 가도 없고, 심지어 주간보고까지 생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사이트를 만들자 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지겹도록 전화를 해대는 키워드 광고 대행사들은 거의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모 대형 대행사의 경우 심지어 이런 소형 계정은 다시 대대행을 뿌린다는, 믿기 싫은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 운영되는 계정은 "지금 그냥 둬"라는 핑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그냥 넋놓고 대행사가 주는 자료와 의견을 믿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클라이언트를 교육하지 않는다. 절대. 클라이언트가 몰라야 이것저것 해달라고 안 하니까. 클라이언트가 몰라야 그들이 하는 보고를 믿으니까.

그리고 그 핑계의 정점이 바로 인지도다. 어쨋건 네이버 상단영역에 노출되니, 이건 인지도를 위해 하는 거니까. 에헴.

"난 키워드 광고를 모르니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소심하고 순진한 클라이언트들은 이것저것 캐묻고 요구하지도 못한다.

난 돈을 적게 쓰니까, 어쨋건 인지도에는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난 잘 모르는데 이런걸 해달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그들은 답답하지만 그냥 믿는다.


다시 말하지만 키워드 광고는 Performance Channel이다. 그 말은 키워드 광고의 KPI는 실질적인 성과로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Impression? 대부분의 경우에 Impression은 볼 필요가 없다. 이것은 전략적 진단 항목이지, 일반 관리 항목이 절대 아니다.

Click? 중요하다. 어쨋거나 사이트에 방문이라도 해야 뭐가 될 테니까.

CTR?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CTR은 매우 상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CPC? 이거 생각보다 안 중요하다. CPC는 일반 관리 항목일 뿐 성과 측정 항목이 절대 될 수 없다.


우리 사이트에서의 Performance는 무엇이 될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이트 방문은 절대 Performance가 아니다. 

"고객이 사이트에 방문해서 무엇을 함으로써 사업에 어떻게 기여"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떻게"는 마케팅 목표이며, "무엇"이 키워드 광고의 Performance가 될 것이다.

사이트의 역할과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무엇"은 일반적으로

 - 회원 가입

 - 제품 즐겨찾기 (찜하기)

 - 장바구니 담기

 - 구매

 - 기타 기대 고객 행동 (브로슈어 다운로드, 이벤트 참여 등)

등이 대부분이다.

키워드 광고를 집행하면 저 중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을 반드시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대행사로부터 온 키워드 광고 보고서를 열어보자.

보고서가 없다고? 매번 직접 네이버 광고주 계정에 접속해서 확인했다고? 그 대행사 당장 짤라라. 당신의 계정은 위에서 말한 "영업 후 다시는 들여다 보지 않는 계정" 신세가 된 것이 확실하다.

그 보고서에 "전환"이라는 항목이 있는지 살펴봐라. Action, Conversion, Sales 등등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전환당 비용"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CPO, CPA 등등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하나의 전환이 발생하는데 얼마의 광고비가 들어갔는지에 대한 것으로, 마케팅 활동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광고주가 키워드 광고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세가지 중 두가지가 바로 이들이다. 전환과 전환당 비용. 나머지 하나? 총 광고 비용이지 뭐. 



전환에 대한 요청은 당당하게 대행사에 요청해야 한다. 이건 대행사가 추가로 서비스 해 주는게 아니라, 대행사가 당연히 하는 일이다. 

그리고, 광고주 입장에서 핸들링 하는 것은 계정의 세세한 운영이 아니라 결과보고서와 성과관리이다. 얼마를 써어 얼마를 벌어왔는지, 전월에 비해 어떤지, 전년도에 비해 어떤지를 보는 것은 키워드 광고를 알고 모르고와 상관이 없다.

Impression, CTR 이런 낯선 이름들과 숫자들 때문에 겁먹거나 현혹될 필요 없다.

키워드 광고도 마케팅 활동이고, 마케팅적 상식으로 이상한건 키워드 광고에서도 이상한거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내가 키워드 광고를 몰라서... 이런거 물어보면 무식하다고 할까봐..." 이런 생각으로 대행사 마음대로 하게 두지 말았으면 한다.

이런거로는 "갑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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