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1.

블랭크코퍼레이션(http://www.blankcorp.co.kr/)은 2018년 총 1,169억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에 설립되었으니, 실로 놀라운 성장이다. 영억이익은 138억으로 전년도 대비 79%가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대비 14%가 감소하긴 했지만 112억원이나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 업계의 대장 에코마케팅은 미디어 커머스 자회사인 데일리앤코의 매출이 모회사를 넘어섰다. 

 

시선 2. 

유명 유튜버 밴쯔는 과장 광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체중 감량에 대한 오인 혼동을 야기한 것과 체험기를 이용한 광고가 문제가 되었는데, 후자의 경우 재판부는 의도성과 광고 기간을 참고하여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미디어 커머스의 전성시대다. 성공적인 사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주류에서 밀려나는 앞 세대의 마케터들, 그리고 광고계의 대기업들까지 이 판에 뛰어들었다. 이 업계의 사업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체된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대단하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다만, 그들 중 일부가 갖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과 그로 인한 위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여러가지 민감한 이슈가 얽혀 있으니(무엇보다 대표가 감옥가면 회사가 망해서...) 실제 회사 및 제품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겠다.

 

최근 숙취해소 제품의 광고가 현격히 자주 보인다. 아무래도 음주가무의 민족이니, 술이 세진다거나 숙취가 없다거나 하는 효과는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다.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에게는.

결론부터 얘기하자. 술이 세지고 숙취가 없어지는 것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걸 먹고 소주 한병 먹던 사람이 세병을 먹고도 안 취한다느니 하는 일은 마약류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얘기다. 

헛개 성분이 들어있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데, 그 작은 용량에 헛개만 갈아 넣었어도 효과가 있을까 말까다. 비타민과 당류 등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긴 한다. 이건 숙취의 원인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들을 넣었다고 숙취를 해소해준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는 숙취 해소제를 마셔봤다. 달달하니 맛이 좋아, 효과는 둘째치고 뻑뻑한 입을 달래기 위해 즐겨 먹었다. 하루는 출근 전에 한잔을 들이키고 미처 설겆이를 못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컵 바닥에 하얀 알갱이들이 두텁게 말라붙어 있었다. 설탕이다.결국은 맛을 내고 이것저것 "첨가"한 설탕물에 불과하다. 이걸 마시고 숙취가 해소됐다고 뿌듯해 하느니, 레모나 한포와 얼음 동동 띄운 설탕물을 마시는게 낫다. 그렇게 좋다는 너희 제품, 아침 저녁으로 네 부모와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라. 

최근에 등장한 한 제품은 "특허 받은 숙취 해소제"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식약처에서 인정한 적이 없는데 무슨 특허? 미디어 커머스 제품 대부분은 자체 생산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소싱하여 네이밍과 패키징만 달리 하는 것이다. 즉, 공장은 따로 있으며 때로는 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여러개의 회사에서 여러개의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화장품처럼. 당연히 그 미디어 커머스 회사의 특허는 아닐테니, 생산법인의 특허를 찾아봤더니 한개가 나왔다. 바로 발포에 관한 특허. 숙취해소가 아니라 발포에 관한 특허인데, "특허 받은 숙취 해소제"라고 하면 소비자는 당연히 숙취와 관련된 특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회사는 좀 더 악질적으로 보이는게, 광고에는 특허라는 말이 있지만 웹사이트에는 없다. 치고 빠지는 컨텐츠와 누구나 볼 수 있는 컨텐츠 사이의 장난질이라고 생각된다. 

 

꾸준한 인기템인 EMS를 얘기해보자. 최근 복근에 특화된 EMS 제품의 광고가 하루에도 몇번씩 눈에 띈다. EMS 자체가 근육에 대한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 EMS를 이용한 치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EMS만으로 복근이 생긴다? 체중이 줄어든다? 근육에 대한 인류의 학술적 논문을 모두 뒤집을 판이다.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분명 EMS 장비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고, 그 과정에서 칼로리도 소비될 것이다. 그러나 근육 성장 및 체지방 감소에 대한 그 효과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실제로 미 FDA는 의료용 저주파 기기를 승인하며 체지방 감소에 대한 부분은 승인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가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료용이 그럴진데, 안전상의 이유로 그보다 훨씬 출력을 낮춰 제작된 가정용은 어떻겠는가? "윗몸일으키기로 복부지방을 태우세요"만큼이나 그럴듯 하게 들리지만 헛웃음이 나오는 소리다. 요새는 배에 두르는 LED 제품까지 나왔는데, 하 진짜... 

복근운동 6시간 시켜줘볼까? 어떻게 되는지? 개인적으로 절대로 믿을 수 없다.

참고로 나는 가정용 의료기기 및 그 맨날 얘기하는 "피부 밑 ***에 도달하여 ***에 효과가 있는" 제품을 도합 7개 다뤄봤다. 모두 FDA 인증 제품이다. 병원 광고도 적지 않은 규모로 3번의 경험이 있다. 이쪽에 관한 한, 말할 자격이 꽤 있다. 

 

사용자 후기? 그래, 어디 한번 파헤쳐보자. 다수의 업체들이 사용자 만족 후기를 강력한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너도 나도 인스타 인증 후기가 눈을 어지럽힌다. 그런데 말이다, 왜 그 사람들은 죄다 자발적으로 동일한 서너개의 해시태그를 넣었지? 누가 봐도 인플루언서 협찬 후기인데, 마치 실제 사용후기인 것처럼 올려놓은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돈 주고 했다는거야, 진짜 자발적인 구매 후기란 거야?

사용자 후기를 가져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고~~~얘들이 그러더라고~~~" 식으로 효능를 전달하는 것은 거의 필수템 수준이다.

밴쯔가 이러다가 고발당했음에도...

네이버 쇼핑 스토어에서 악평을 받던 제품이 신박한 대박템으로 둔갑하는 경우야 부지기수고, 식약처 인증이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단어를 버젓이 써 놓은 업체도 봤다. 인증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인증을 받았으면 인증 번호를 넣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포함하여 모든 광고물에. 제품이 아닌 해당 광고물의 인증 번호가 따로 있다.

마크가 없으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
이게 심의번호다. 개별 광고와 컨텐츠마다 별도로 받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광고(홈페이지 포함)심의를 받는다

인증을 안 받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인증이 필요한 "문구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문제란 거다. 실제로 건기식이나 의료기기 광고를 진행해 본 사람들이면 얼마나 미세한 표현들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안다. 그리고 저 EMS 제품 웹페이지를 심의 넣을 경우, 저 후기로 인해 절대로 심의에 통과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것이다. 심의 대상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표현이나 해도 된다? 왜 이 제품이 심의 대상이 아닌지 생각해보면, 왜 아무 표현이나 하면 안되는지 알 수 있다. 

 

미디어 커머스 업계를 바라보며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마케팅 윤리에 대한 부분이다. 소셜미디어가 손쉬운 플랫폼이라는 것이 그 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광고 전달자의 책임이 적다는 것은 아닌데, 마치 여기는 그래도 된다는 듯이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왜 그럴까. 

 

첫째, 플랫폼의 자체적인 제도가 허술하다.

건강 관련 미디어 커머스 광고들이 그 문구 그대로 네이버로 달려간다면, 심의를 통과할 업체가 1/3도 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티비도, 라이도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광고 매체들은 소비자와 매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식약처의 가이드와 별개로 자신들만의 심의 기준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런 과정이 없다. 광고 자체의 문제가 크게 없다면 그 내용의 근거에 대해서는 민감하지 않다. 굳이 한다면 의료분야 광고에 대해 Before&After를 제한하는 정도? 굳이 막는 장치가 없으니 다들 폭주하게 된다.

둘째, 치고 빠지기가 용이하다.

소셜 광고의 노출 지면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보다 제한적이고, 일반적인 배너 광고보다 짧은 기간의 노출이 가능하며, 소재의 교체도 용이하다. 문제의 소지를 알고 있더라도 제한된 타겟에게 단기간 치고 빠지면 그만이다. 

세째, 기관들의 후진성

다수의 광고 심의 기구들은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보다 더 느리게 움직인다. 그들에게 아직 소셜 채널은 제대로 된 심의 대상 채널이 아니다. 지금이야 "괜히 찍히지 말자"는 분위기 때문에 심의 대상 광고주들이 몸을 사리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광고와 완전히 다른 자극적인 메시지로 별도의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고, 심의 기관의 입에서 "거기는 심의 대상은 아닌데 그래도 살살 하세요" 소리가 나오는 정도로 넘어갔다.

마지막, "그들"의 문제

미디어 커머스를 하는, 그리고 그 광고를 만드는 이들의 문제다. 이건 다소 민감한 문제이고 일부 때문에 다수에 대한 편향적 시선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공론화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미디어 커머스는 이제 산업적 틀조차 잡히지 않은 새로운 분야다. 스타트업이 많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리고 연봉 등 직접적인 업무보상이 크지 않다. 당연히, 마케팅 백그라운드를 가진 전문적인 마케팅 인력이 많지 않다. 특히 디렉터 이상의 레벨에서는. 경력자라고 해도 마케팅 경력자가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몇개를 운영하며 일정 정도의 사용자를 끌어모아 본, 마케팅이 아닌 채널 전문가가 상당수다. 이들이 과연 어디에서 광고 윤리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을까? 

우리 회사가 발을 담그고 있진 않지만 어쨋든 디지털 마케팅 바닥에서 비비고 있고, 게다가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으니 직간접으로 미디어 커머스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광고의 스팸/어뷰징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 없는 사람도 봤다. 과장이던가 팀장이던가. 내가 그래도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해온 덕인지 현업에서 그런 사람을 접해본 적이 없는데, 말로만 듣던 저 밑바닥 마케터의 의식을 나름 뜨는 업계의 입에서 들으니 정말 기가 막혔다. 심지어 지인 회사의 직원이어서 이걸 어떻게 하나 잠시 고민했었는데, 자기 대표의 지인에게도 그런 식으로 "엉까는" 사람이 누구 말을 들을까 싶어 관뒀다. 그런 직원을 두고 있는 것도 그 회사 팔자인거지.

물론, 기존의 마케터들이라고 소비자를 "기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음"의 영역이지, "거짓을 말함"의 영역은 절대 아니다. 내가 강의 때마다 흔히 드는 예인데, "우리 회사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사실은 창립 이래 50년동안 누적으로요"를 말하지 않는 것이 그런 경우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방만한 마케팅 활동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과연 생각하고 있는가다.

 

광고의 규제라는 게 광고 이전에 먼저 생긴게 아니다. 광고들이 야기한 여러 문제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사실 광고의 사전 심의라는 것은 위헌 판정을 받았고 세부 영역들의 법안과 출동되는 이슈가 있긴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없어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는 폐지되었다가 작년에 부활되었는데, 지나치게 "막 나가는" 광고들로 인해 의료업계 내부의 요청으로 다시 생겨났다. 시장이 아사리판이 되면, 내부건 외부건 제약이 따르게 되어 있고, 이미 미디어 커머스에게도 그 현실은 시작되었다. 현재 미디어 커머스의 메시지들과 광고 윤리 의식에서 지금 당장 심의가 강화될 경우, 과연 몇개의 업체나 버틸 수 있을까? 블로그쪽은 이미 협찬에 대해 고지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앞선 마케팅의 역사에서 배우는게 없냔 말이다.

 

소비자의 불신은 매체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다. 이미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북 광고)"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는 오일장을 떠도는 보따리 장수인가? 적당히 이 판에서 갖은 장난으로 돈을 벌다가, 그 수책이 들통나면 다른 장터로 옮기자는 것인가? 실제로 미디어 커머스로 뛰어드는 많은 이들의 마인드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보따리 장수와 다르지 않다.

 

바이럴 마케팅을 생각해보자. 여전히 훌륭한 "컨텐츠 마케터"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바이럴 마케팅을 합니다"라는 말이 주는 마케터로서의 신뢰도가 "저는 TV 광고를 합니다"라는 말과 절대로 같지 않다. 전문성을 떠나, 외부의 사람들에게 주는 인식이 그렇다. 바이럴의 황금기에 마케팅의 기본을 모른 채 채널 장난질을 치던 수많은 선배들이 만든 결과다. "구로 마케터"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건 그 업계의 자업자득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미디어 커머스 마케터"의 이름을 물려주고 싶나?  

 

밴쯔는 운이 없어 걸려든 것이 아니다. 유명해서 시범 케이스가 된거지. 조만간 너희에게도 순서가 올거야.

 

제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잘 하지는 못해도 그른 길로 가지는 말자.

그 좋은 판을 만들어 놓고 왜 똥칠을 하고 다니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