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he tapdancing becomes less constant, less furious, less necessary, what will the result be? The result will be more honesty, more focus, fewer clients, but eventually the revenues will be the same. Because the new day of honesty will create a machine more personalized, more truthful, and the client that wasn't bullshitted this year, has a greater chance of greatness next year.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로, 제리는 이 얘기를 담은 페이퍼를 돌렸다가 회사에서 내쫓기고 만다.
이 말은 우리 회사의 회사소개서 가장 앞 페이지의 Mission Statement라는 페이지에 들어가 있다.
열개의 Account를 늘려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라도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는 것. 그리고 그 성과는 이후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회사 포트폴리오에 "몇개의 클라이언트"와 "얼마의 빌링"이 성공의 척도인 에이전시 바닥에서 어쩌면 미련하고 어린 소리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만들면서 3년 정도까지는 꼭 지켜가고 싶은, 혹은 이루고 싶은 몇가지의 개인적인 바람이 더 있었다. 
첫째는 한명의 AE가 최대 3개까지의 프로젝트만 맡기. 경험으로 보아 그 이상이 되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치는" 것이 된다. 
둘째는 근무환경 자유롭게 하기. 일의 성과는 9~6에 사무실에서 내 눈 앞에 앉아 있어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우리회사 직원이 다른 곳에서 인정을 받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기. 자신이 이력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불려가기. 회사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정서와 시스템이라는 것이 생길테고, 직원이 인정받는 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정서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얘기니까.

둥 둥 머리속에 떠다니던 생각이 하나로 정리된 것은 지난 8월, 방콕으로 간 휴가에서였다.
난 도대체 무슨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일까? 앞으로 우리 회사가 일을 하고 안하고를 결정할 때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그 "철학"이란 건 무엇일까?
난 그 정리된 문장을 심장과 가까운 내 왼팔에 새겼다.

("아이티" 아니다. "잇"이다.)


저 사람이 돈이 많아서, 저 사람이 배경이 좋아서, 저 사람하고 있으면 뭔가 떨어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단지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함께 어울려야 좋은 관계가 되듯, 일도 그렇게 하자. 

내가 저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일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고통이 될 테고, 그러면 성과도 안 날 것이고, 결국 우리 회사도 나쁜 회사가 된다. 돈이 아니라, 그 회사가 주는 네임벨류가 아니라 그 일이 좋으니까,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실제로 저 판단으로 거절한 일도 몇 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기대하시는 것만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13년을 차근차근 돌아보니, 2012년 말의 기대와 욕심, 그리고 걱정이 아무 의미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갔다.
회사로서는 여전히 작고 아무도 모르지만, 직원도 늘었고 월급도 잘 나갔고 작지만 연말 성과급도 줄 수 있었고 야근도 적었고. 2013년 클라이언트는 2014년에도 함께 가고, 기존 클라이언트로부터의 프로젝트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들어왔고.
이제 겨우 1년이 된 회사지만 "1년차 치고는" 참 잘 가고 있다.

2014년의 B&A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한달 정도 고민을 했고, 의외로 답을 빨리 찾았다.

"프로젝트 앞에 탐욕스럽지 말자"

가장 핵심은 할 줄 아는 걸 하자는 것이다. 
계약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기업 상담과 교육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의 현황과 성과리포트를 보게 된다. 가장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때는 "이 회사 이거 못하는데"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을 때이다. 보나마나 다른 회사에 넘기고 거간비를 받거나, 담당자가 대충 클라이언트를 속이는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내 입으로 "그 회사랑 거래하지 마시죠"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경은 안봐도 뻔하다. 클라이언트가 "이런것도 할 줄 알아?"라고 했을 때 빌링이 있으니 일단 홀드하고 보자는 거겠지.
이 바닥에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클라이언트의 담당자는 그 회사로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주변에도 나쁜 얘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B&A라고 늘 아는 것만 했겠나.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줄 모르거나, "동준아, 너 이거 무슨 얘긴지 알겠어?"라고 물었을 때 내부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는 것들에 욕심내지 않았다.
거기에서 하나 더, 아주 큰 복이 내게 왔었으니, 바로 클리이언트 복이다.
"이건 저희가 제일 잘 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내 말에
"알아요. 그런데, 하시면서 잘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라거나
"같이 한번 만들어 보시죠"라고 답해주는 클라이언트.
어쨋든, 우린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했다. 최소한 "모르는데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라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무턱대고 받아다가 대충 눈가림을 할 만큼 나는 배포가 크지 못하다.

탐욕의 결과는 내부에서도 나올 것이다.
내부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얼마짜린데. 알아서 해"라는 경영진의 요구는, 실무자들을 지치게 한다.
그리고 지친 실무자는? 떠난다. 
굳이 정이 떨어졌는데 남아있을만큼 B&A는 유명하지도,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 회사다.

2012~2013을 넘어오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믿음이다.
내가 이걸 갖고 들어가면 우리 애들이 받아서 해 주겠지 하는 경영자의 믿음.
내가 판단이 안서면 나보다 두배의 사회경험이 많은 공동대표님께서 길을 알려주시겠지 하는 파트너의 믿음.
우리 분석과 제안과 상황을 그대로 받아주는 클라이언트의 믿음.

거짓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안으로 밖으로. 



원래 이런건 종무식 시무식에서 멋지게 발표해야 하는데, 우리 애들은 조금만 말이 길어지만 안 듣고 딴데 봐서 블로그에 남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