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
우리는 네이버를 이용한 검색을 미국인들이 구글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과연 "우리를 위한 검색엔진"일까? 네이버가 이용자를 위해 고민할까 네이버는 이용자를 이용하기 위해 고민할까?
제목에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지만, 네이버는 이용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거짓 검색결과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는 그들의 검색서비스가 의도적이며 불완전하다고 말해야만 합니다.
네이버에서 "SKII 피테라 에센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어이구... 엄청 길군요.
하지만 길다는 것만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검색결과 영역을 아래와 같이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SKII 피테라 에센스"에 대한 검색결과 첫번째 화면은 총 8개 영역, 26개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워링크가 22%로 가장 큰 비중을, 카페와 뉴스가 14%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파워링크와 지식쇼핑은 광고입니다. 즉, 오로지 광고비용에 의해 노출 순위가 결정됩니다. 광고 영역의 점유율 합은 33%입니다.
지식쇼핑은 사실 광고라고 부르기는 애매한데요, 기본적으로 이쪽 영역도 노출순위를 결정하는 광고상품이 있기 때문에 광고로 분류했습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카페와 지식iN은 네이버 플랫폼 내의 컨텐츠만을 보여주는 영역입니다. 외부의 다른 사이트에 있는 커뮤니티 게시물, Q&A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종류의 컨텐츠를 "배타적 컨텐츠"라 부릅니다(저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배타적 컨텐츠의 점유율 합은 22%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봅시다.
1. 네이버는 검색엔진인가 광고엔진인가?
위의 검색결과 화면에서 네이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컨텐츠의 33%가 광고에 의해 노출되는 컨텐츠입니다. 백변 양보해서 지식쇼핑을 광고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이 역시 네이버에 직접 수익을 가져다 주는 컨텐츠입니다.
광고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광고는 우리 사용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사업자에게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도구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광고는 그 결정순위가 검색 사용자의 이익, 즉 검색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아닌 광고 비용에 의해 노출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사용자의 만족도가 아닌 네이버 매출의 만족도를 우선시하여 우리에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2. 우리가 필요한 것은 오직 네이버의 서비스인가?
개인적으로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배타적 컨텐츠"입니다. 사용자가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고자 할 때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는다"라고 생각하지, "네이버 서비스의 정보만 필요하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네이버 지식iN과 카페는 오로지 네이버의 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하며, 다음, 네이트, 기타 외부의 사이트와 커뮤니티, 포럼 등의 정보는 아무리 유용하다 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블로그 영역에 다른 블로그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며(blogspot, wordpress, tumbler 등 해외 블로깅 서비스는 사이트 등록 및 RSS 등록을 하지 않는 한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제공된지 몇년 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서비스만 제공하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검색엔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규모만 클 뿐이지 웹사이트에 붙이는 사이트 내 검색창과 무엇이 다를까요?
[웹사이트 내부 검색창의 예]
3. 저 검색결과는 정말로 내가 필요한 정보들일까?
"SKII 피테라 에센스"를 검색하는 이용자에게 가장 유익한 정보는 무엇이 될까요?
첫째, 쇼핑사이트입니다. 아무래도 특정 제품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구매를 위해 검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비교를 하기도 하죠.
두번째는 후기 컨텐츠입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이전에 사용한 사람들의 평가를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가장 일반적이며 가장 필수적인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SKII의 공식 웹사이트입니다. 외부의 카페와 블로그 컨텐츠들은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SKII 피테라 에센스에 대한 가장 공식적인, 즉 기준점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공식 웹사이트입니다.
위의 네이버 검색결과 화면에서 SKII의 공식 웹사이트는?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습니다. 광고 영역에도 없고요, 웹검색 영역에도 없습니다. SKII를 제조/판매하는 가장 공식적인 웹사이트조차 보여주지 않는 것이 네이버의 검색결과 화면입니다.
SKII라고 검색하면 사이트 리스트에 SKII의 브랜드 사이트가 나옵니다만, 이것은 사이트 대표 URL에 대해 "등록"에 의해 노출되는 것이지, 네이버는 SKII 피테라 에센스 검색결과 화면에서 SKII 브랜드 사이트의 피테라 에센스 페이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니,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 등록이라는 제도, 네이버가 자사 검색 서비스의 불완전성을 감추기 위한 얍삽한 도구일 뿐입니다.
네이버의 검색 결과는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가 던져주는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가 알아서 찾도록,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그 정도의 수준이라도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네이버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매우 속상하지만 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첫번째 이유는 매출입니다.
아래의 차트는 2012년과 2013년 4분기의 네이버 매출구조입니다. 단위는 백만원입니다.
검색광고 영역의 매출이 2012년 4분기에는 62.1%, 2013년 4분기에는 56.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려 3천억이 넘습니다. 그나마 2013년에는 LINE의 매출이 늘어서 비중이 적어진 것이지, 광고영역만을 놓고 보면 의존도는 더 커졌습니다.
한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파트를 분할하기 전에도 검색광고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컸습니다. 2012년 4분기 한게임의 매출은 약 1,500억원 규모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검색 만족도 향상을 위해 검색광고의 비중을 줄이겠어"라고 나설리는 만무합니다.
두번째는 네이버의 마인드입니다. 광고를 현재처럼 유지하더라도 나머지 Organic Search 영역에서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면 검색 만족도는 크게 높아집니다. 자사의 서비스만을 배타적으로 제공하는 카페, 지식iN 영역을 뒤로 미루고, 전체 웹상의 정보를 보여주는 웹검색,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티스토리 등 외부 플랫폼의 컨텐츠도 제공하는 블로그 영역을 보다 상단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또는 해외 구글처럼 아예 통합검색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네이버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들이 하는 잡짓 중의 하나인데요, 이들은 자사 내에서 트래픽을 돌리기 위해 상당히 머리를 씁니다. 트래픽을 돌린다 함은, 한번 클릭으로 될 서비스를 두번 세번 클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PV가 늘면서 광고 영엽에 도움이 되죠.
네이버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페이스북/트위터 공유가 가능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미투데이만 가능했죠. 이건 정말 멍청한 정책인데요, 페이스북/트위터로 블로그 글을 퍼가면 외부에서 블로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늘어난다는 생각은 못 하고, 트래픽이 밖으로 빠져나간다고만 생각한거죠.
같은 방식으로 다음은 "요즘" 공유만 가능했었습니다. 다음의 경우 뉴스에서 페북 공유 버튼이 비교적 일찍 붙긴 했지만, 페이스북 공유를 하려면 다음 로그인이 되어 있어야 했죠. 이 무슨;;;
이것이 공유와 개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메이저 검색 포털이 갖고 있는 마인드입니다.
세번째는 검색서비스 개선에 대한 의지입니다. 2천년대 중반, "라이코스가 갑"이라는 검색시장에 작은 회사 하나가 주목을 받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검색 서비스 개발 벤쳐 "첫눈"입니다. 구글이 등장하기 전, 첫눈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검색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게임과 디비딕을 통합하여 포털계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던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합니다. 시장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결과는?
아래 그림은 "네이버 첫눈 인수"라고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화면의 일부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검색결과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세요)
네이버는 첫눈 인수 후 첫눈의 검색서비스를 네이버 검색에 이식한 것이 아니라, 해당 팀을 이리저리 쪼개 해체시켜 버렸습니다. 적대적 M&A라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거의 "만행"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네이버에 대한 믿음을 버려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에서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역시 상단에는 광고가 나오지만 1개 뿐이며, 최상단에 공식 사이트의 웹페이지가 2개 노출되며, 2순위의 링크는 바로 피테라 에센스 제품 페이지네요. 그 아래로 다양한 후기들이 이어집니다.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 대해 말할 때마다 자주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야 그게 그거지. 좋아봐서 뭐 얼마나 좋다고 그런거 신경쓰고 사냐? 난 네이버만 갖고도 충분해"
어때요? 정말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여러분께 더 도움이 되나요?
그리고 저 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아요?
스마트폰, 구체적으로는 아이폰을 들여오라고 한참 시끄러울 때,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사람들은 얘기했죠.
"야 풀터치폰으로 다 되는데 설치지 말라고 해"
똑같지 않나요?
네이버 직원이 공식 미팅에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SEO는 안되잖아요"
미친... 웹사이트 SEO가 효과가 약한 이유가 뭔데?
니들이 검색결과 화면을 그따위로 구성하지 않고, 니들이 검색 품질 향상에 조금만이라도 투자를 했으면 왜 이렇게 됐겠냐?
점유율 70% 이상인 검색엔진이 웹검색을 못하는데 무슨 웹사이트 SEO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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