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호주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쪽 사업가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요즘 제가 매우 바빠서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만,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사실은 그 회사가 지금 호주에서 핫함) 브랜든님을 직접 뵈어야 한다고(사실은 그쪽은 나 전혀 모름) 어찌나 사정사정하는지(사실은 만나고 싶다고 내가 먼저 메일 보냄)...

그 때 나눌 대화들에 대해 정리하다가, 하나의 소주제를 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디지털 환경은 경이의 대상입니다. 정확히 한국에서 어떤 서비스들이 어떤 퀄리티로 제공되는지도 모른 채, 막연히 한국은 Digital Innovation의 나라라고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어? 한국에서 그게 안되는 이유가 뭐야?"라는 질문을 외국인들로부터 종종 받습니다. 

한국을 Digital Innovation의 상징이라고 보는 시각은 다분히 과거로부터 온, 그리고 일부 숫자가 가져온 환상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가장 빠른 인터넷이 전국에 퍼져 있으며, 온 국민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인터넷 평균속도가 가장 빠르지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지도 않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인프라를 제외하고 서비스 차원의 혁신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보급/이용률을 제외하면 사용자들의 능동성도 상당이 뒤쳐지는 편입니다. 


크리에이티브/마케팅과 관련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 시장의 특성은 몇가지로 정리됩니다. 거창하게 "한국 디지털 환경의 빛과 그립자"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만, 국가의 지원이니 트렌드에 민감한 국민성이니 하는 큰 담론을 꺼낼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서 갖게 되는 시각의 범위에서만 다루겠습니다.


크게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세가지입니다.

1. 인터넷 속도

2. 윈도우

3. 네이버

이 세가지는 한국의 디지털 환경을 이렇게 빨리 성장시킨 원동력임과 동시에, 한국의 디지털 환경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1. 인터넷 속도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보급화된 매우 초창기부터 빠른 속도의 인터넷이 전국에 보급되었습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전화선을 이용한 PC통신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90년대 후반 들어 ADSL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면서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가능하게 되었죠.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가 먼저 늘어나서 인프라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좋으니 사용자가 늘어난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인터넷 인프라가 한번에 개선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물리적인 면적입니다. 정부 정책으로 인프라는 늘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가능하지만, 가깝게는 일본만 보아도 국토의 면적 및 지형적 이유로 인해 단기간에 인프라를 늘리기는 어려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저희는 기존에 깔린 인터넷 인프라가 거의 없어, 새로 인프라를 구축할 때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인터넷 보급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던 나라들의 경우 기존의 모든 인프라의 대체가 필요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인프라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빠른 인터넷 속도는 우리나라 디지털, 특히 웹 환경에서 매우 안좋은 버릇 하나를 만들게 됩니다.

웹사이트를 "막" 만드는 것입니다.

최적화 따위 필요 없어도 어지간한 사이트는 로딩이 쭉쭉 되니, 웹사이트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굳이 최적화를 통해 로딩속도를 개선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 문화가 축적되면서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이 이슈 자체를 배제하게 되고, 결국 프론트에서 제대로 보이면 소스쪽은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웹개발 환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느정도 수준을 갖춘 퍼블리셔가 개발자가 보면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해 놓은거지?"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웹사이트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2. 윈도우


윈도우 관련 이슈는 두가지죠. ActiveX와 웹표준화. ActiveX 역시도 표준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네요.

국민의 절대 다수, 특히나 정부와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의 더더욱 절대다수가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

100만명이 쓰는 OS/브라우저나 1만명이 쓰는 것이나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은 동일합니다. 국내의 스마트폰 앱 개발사들은 안드로이드 앱부터, 해외의 개발사들은 iOS 앱부터 만드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절대 다수의 OS가 윈도우이고, 절대 다수의 브라우저가 익스플로러라는 것은 다른 OS와 브라우저를 무시하는 문화를 만들게 됩니다.

실제로 브라우저 체크를 전혀 하지 않는 웹사이트 구축 대행사가 상당수 있고요, 애플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서구 국가들 대상의 영어 웹사이트에 ActiveX, 모바일 사이트에 플래시를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3. 네이버


네이버의 문제는 제가 수차례 여러 각도로 언급했죠.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이 70%대인 네이버는 평균 이하 수준의 검색엔진입니다.

한국에서는 웹사이트를 만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네이버에 "등록"하는 것입니다. 네이버가 수집해 가는 것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을 하는 것입니다. 이 등록이라는 것은 웹사이트가 갖고 있는 고유한 정보와는 완전히 별개의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검색엔진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던 시대에는 네이버와 같은 방식이 정답이었고, 실제로 네이버는 어떤 검색엔진보다도 국내 정보를 찾기 쉬운 등록기반의 DB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네이버는 웹문서 수집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워드프레스, 블로그스팟, 텀블러 등은 별도로 등록하지 않는 한 네이버 검색결과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반 웹사이트의 경우도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지 못하며, 수집한다고 해도 게시판 형식의 컨텐츠 외에는 잘 가져오지 못합니다. 

가져온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웹사이트의 각 페이지는 기본적으로 Title과 Description을 가져야 합니다. 이 Title과 Description은 검색결과 화면에서 그 페이지의 정보를 전달하는 요소이며, 사용자들은 이 둘을 가지고 방문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이 중 Descriptin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위의 캡쳐 화면은 같은 페이지의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결과화면입니다. 아래쪽의 구글은 타이틀 외에 아래쪽에 이 페이지를 방문하면 경험할 수 있는 페이지 컨텐츠의 소개가 표시되고 있으나, 네이버는 컨텐츠의 텍스트 중 일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보여지는 Description은 별도로 구글에 등록하는 것이 아닌, 각 페이지 내의 소스에 있는 페이지별 고유정보입니다. 네이버는 이것을 긁어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Title과 Description은 방문수 뿐만 아니라 이탈률/전환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네이버가 단지 기술적인 측면에서 부족할 뿐 아니라 검색행동과 가치라는 본질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확신하건데, 네이버의 직원들도 정보검색을 위해 네이버를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네이버 기반의 검색문화 정착이 가져온 폐해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검색결과에 드러나는 웹사이트/웹페이지의 속성을 무시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이트들이 전체 페이지에 동일한 Title과 Description을 적용하고, 종종 아에 누락되기도 합니다. 네이버에만 의존하다 보니 이런게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는 정확한 정의를 알지 못한 채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사례는 명색이 탑 레벨이라는 검색광고 대행사가 "이렇게 하면 검색엔진에서 노출 잘 됩니다"라고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여 작업한 Description입니다.



페이지 자체의 컨텐츠 요약 대신, 업종과 관계된 키워드를 모두 갖다 넣어버린 것이죠. Description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무슨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만들어 놓은 검색 생태계에서는 "우리 웹사이트의 각 페이지가 잘 수집되고 있으며, 검색 상위에 노출되고 있는가"에 대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네이버가 알아서 잘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게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웹사이트들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플래시와 이미지폰트를 갖게 됩니다. 이런 방식에 길들여진 국내 업체를 통해 구축된 글로벌 웹사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검색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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