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1.

블랭크코퍼레이션(http://www.blankcorp.co.kr/)은 2018년 총 1,169억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에 설립되었으니, 실로 놀라운 성장이다. 영억이익은 138억으로 전년도 대비 79%가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대비 14%가 감소하긴 했지만 112억원이나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 업계의 대장 에코마케팅은 미디어 커머스 자회사인 데일리앤코의 매출이 모회사를 넘어섰다. 

 

시선 2. 

유명 유튜버 밴쯔는 과장 광고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체중 감량에 대한 오인 혼동을 야기한 것과 체험기를 이용한 광고가 문제가 되었는데, 후자의 경우 재판부는 의도성과 광고 기간을 참고하여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미디어 커머스의 전성시대다. 성공적인 사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주류에서 밀려나는 앞 세대의 마케터들, 그리고 광고계의 대기업들까지 이 판에 뛰어들었다. 이 업계의 사업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체된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대단하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다만, 그들 중 일부가 갖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과 그로 인한 위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여러가지 민감한 이슈가 얽혀 있으니(무엇보다 대표가 감옥가면 회사가 망해서...) 실제 회사 및 제품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겠다.

 

최근 숙취해소 제품의 광고가 현격히 자주 보인다. 아무래도 음주가무의 민족이니, 술이 세진다거나 숙취가 없다거나 하는 효과는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다.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에게는.

결론부터 얘기하자. 술이 세지고 숙취가 없어지는 것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걸 먹고 소주 한병 먹던 사람이 세병을 먹고도 안 취한다느니 하는 일은 마약류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얘기다. 

헛개 성분이 들어있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데, 그 작은 용량에 헛개만 갈아 넣었어도 효과가 있을까 말까다. 비타민과 당류 등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긴 한다. 이건 숙취의 원인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들을 넣었다고 숙취를 해소해준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는 숙취 해소제를 마셔봤다. 달달하니 맛이 좋아, 효과는 둘째치고 뻑뻑한 입을 달래기 위해 즐겨 먹었다. 하루는 출근 전에 한잔을 들이키고 미처 설겆이를 못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컵 바닥에 하얀 알갱이들이 두텁게 말라붙어 있었다. 설탕이다.결국은 맛을 내고 이것저것 "첨가"한 설탕물에 불과하다. 이걸 마시고 숙취가 해소됐다고 뿌듯해 하느니, 레모나 한포와 얼음 동동 띄운 설탕물을 마시는게 낫다. 그렇게 좋다는 너희 제품, 아침 저녁으로 네 부모와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라. 

최근에 등장한 한 제품은 "특허 받은 숙취 해소제"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식약처에서 인정한 적이 없는데 무슨 특허? 미디어 커머스 제품 대부분은 자체 생산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소싱하여 네이밍과 패키징만 달리 하는 것이다. 즉, 공장은 따로 있으며 때로는 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여러개의 회사에서 여러개의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화장품처럼. 당연히 그 미디어 커머스 회사의 특허는 아닐테니, 생산법인의 특허를 찾아봤더니 한개가 나왔다. 바로 발포에 관한 특허. 숙취해소가 아니라 발포에 관한 특허인데, "특허 받은 숙취 해소제"라고 하면 소비자는 당연히 숙취와 관련된 특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회사는 좀 더 악질적으로 보이는게, 광고에는 특허라는 말이 있지만 웹사이트에는 없다. 치고 빠지는 컨텐츠와 누구나 볼 수 있는 컨텐츠 사이의 장난질이라고 생각된다. 

 

꾸준한 인기템인 EMS를 얘기해보자. 최근 복근에 특화된 EMS 제품의 광고가 하루에도 몇번씩 눈에 띈다. EMS 자체가 근육에 대한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 EMS를 이용한 치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EMS만으로 복근이 생긴다? 체중이 줄어든다? 근육에 대한 인류의 학술적 논문을 모두 뒤집을 판이다.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분명 EMS 장비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고, 그 과정에서 칼로리도 소비될 것이다. 그러나 근육 성장 및 체지방 감소에 대한 그 효과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실제로 미 FDA는 의료용 저주파 기기를 승인하며 체지방 감소에 대한 부분은 승인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가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료용이 그럴진데, 안전상의 이유로 그보다 훨씬 출력을 낮춰 제작된 가정용은 어떻겠는가? "윗몸일으키기로 복부지방을 태우세요"만큼이나 그럴듯 하게 들리지만 헛웃음이 나오는 소리다. 요새는 배에 두르는 LED 제품까지 나왔는데, 하 진짜... 

복근운동 6시간 시켜줘볼까? 어떻게 되는지? 개인적으로 절대로 믿을 수 없다.

참고로 나는 가정용 의료기기 및 그 맨날 얘기하는 "피부 밑 ***에 도달하여 ***에 효과가 있는" 제품을 도합 7개 다뤄봤다. 모두 FDA 인증 제품이다. 병원 광고도 적지 않은 규모로 3번의 경험이 있다. 이쪽에 관한 한, 말할 자격이 꽤 있다. 

 

사용자 후기? 그래, 어디 한번 파헤쳐보자. 다수의 업체들이 사용자 만족 후기를 강력한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너도 나도 인스타 인증 후기가 눈을 어지럽힌다. 그런데 말이다, 왜 그 사람들은 죄다 자발적으로 동일한 서너개의 해시태그를 넣었지? 누가 봐도 인플루언서 협찬 후기인데, 마치 실제 사용후기인 것처럼 올려놓은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돈 주고 했다는거야, 진짜 자발적인 구매 후기란 거야?

사용자 후기를 가져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고~~~얘들이 그러더라고~~~" 식으로 효능를 전달하는 것은 거의 필수템 수준이다.

밴쯔가 이러다가 고발당했음에도...

네이버 쇼핑 스토어에서 악평을 받던 제품이 신박한 대박템으로 둔갑하는 경우야 부지기수고, 식약처 인증이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단어를 버젓이 써 놓은 업체도 봤다. 인증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인증을 받았으면 인증 번호를 넣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포함하여 모든 광고물에. 제품이 아닌 해당 광고물의 인증 번호가 따로 있다.

마크가 없으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
이게 심의번호다. 개별 광고와 컨텐츠마다 별도로 받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광고(홈페이지 포함)심의를 받는다

인증을 안 받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인증이 필요한 "문구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문제란 거다. 실제로 건기식이나 의료기기 광고를 진행해 본 사람들이면 얼마나 미세한 표현들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안다. 그리고 저 EMS 제품 웹페이지를 심의 넣을 경우, 저 후기로 인해 절대로 심의에 통과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것이다. 심의 대상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표현이나 해도 된다? 왜 이 제품이 심의 대상이 아닌지 생각해보면, 왜 아무 표현이나 하면 안되는지 알 수 있다. 

 

미디어 커머스 업계를 바라보며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마케팅 윤리에 대한 부분이다. 소셜미디어가 손쉬운 플랫폼이라는 것이 그 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광고 전달자의 책임이 적다는 것은 아닌데, 마치 여기는 그래도 된다는 듯이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왜 그럴까. 

 

첫째, 플랫폼의 자체적인 제도가 허술하다.

건강 관련 미디어 커머스 광고들이 그 문구 그대로 네이버로 달려간다면, 심의를 통과할 업체가 1/3도 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티비도, 라이도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광고 매체들은 소비자와 매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식약처의 가이드와 별개로 자신들만의 심의 기준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런 과정이 없다. 광고 자체의 문제가 크게 없다면 그 내용의 근거에 대해서는 민감하지 않다. 굳이 한다면 의료분야 광고에 대해 Before&After를 제한하는 정도? 굳이 막는 장치가 없으니 다들 폭주하게 된다.

둘째, 치고 빠지기가 용이하다.

소셜 광고의 노출 지면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보다 제한적이고, 일반적인 배너 광고보다 짧은 기간의 노출이 가능하며, 소재의 교체도 용이하다. 문제의 소지를 알고 있더라도 제한된 타겟에게 단기간 치고 빠지면 그만이다. 

세째, 기관들의 후진성

다수의 광고 심의 기구들은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보다 더 느리게 움직인다. 그들에게 아직 소셜 채널은 제대로 된 심의 대상 채널이 아니다. 지금이야 "괜히 찍히지 말자"는 분위기 때문에 심의 대상 광고주들이 몸을 사리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광고와 완전히 다른 자극적인 메시지로 별도의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고, 심의 기관의 입에서 "거기는 심의 대상은 아닌데 그래도 살살 하세요" 소리가 나오는 정도로 넘어갔다.

마지막, "그들"의 문제

미디어 커머스를 하는, 그리고 그 광고를 만드는 이들의 문제다. 이건 다소 민감한 문제이고 일부 때문에 다수에 대한 편향적 시선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공론화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미디어 커머스는 이제 산업적 틀조차 잡히지 않은 새로운 분야다. 스타트업이 많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리고 연봉 등 직접적인 업무보상이 크지 않다. 당연히, 마케팅 백그라운드를 가진 전문적인 마케팅 인력이 많지 않다. 특히 디렉터 이상의 레벨에서는. 경력자라고 해도 마케팅 경력자가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몇개를 운영하며 일정 정도의 사용자를 끌어모아 본, 마케팅이 아닌 채널 전문가가 상당수다. 이들이 과연 어디에서 광고 윤리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을까? 

우리 회사가 발을 담그고 있진 않지만 어쨋든 디지털 마케팅 바닥에서 비비고 있고, 게다가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으니 직간접으로 미디어 커머스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광고의 스팸/어뷰징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 없는 사람도 봤다. 과장이던가 팀장이던가. 내가 그래도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해온 덕인지 현업에서 그런 사람을 접해본 적이 없는데, 말로만 듣던 저 밑바닥 마케터의 의식을 나름 뜨는 업계의 입에서 들으니 정말 기가 막혔다. 심지어 지인 회사의 직원이어서 이걸 어떻게 하나 잠시 고민했었는데, 자기 대표의 지인에게도 그런 식으로 "엉까는" 사람이 누구 말을 들을까 싶어 관뒀다. 그런 직원을 두고 있는 것도 그 회사 팔자인거지.

물론, 기존의 마케터들이라고 소비자를 "기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음"의 영역이지, "거짓을 말함"의 영역은 절대 아니다. 내가 강의 때마다 흔히 드는 예인데, "우리 회사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사실은 창립 이래 50년동안 누적으로요"를 말하지 않는 것이 그런 경우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방만한 마케팅 활동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과연 생각하고 있는가다.

 

광고의 규제라는 게 광고 이전에 먼저 생긴게 아니다. 광고들이 야기한 여러 문제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사실 광고의 사전 심의라는 것은 위헌 판정을 받았고 세부 영역들의 법안과 출동되는 이슈가 있긴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없어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는 폐지되었다가 작년에 부활되었는데, 지나치게 "막 나가는" 광고들로 인해 의료업계 내부의 요청으로 다시 생겨났다. 시장이 아사리판이 되면, 내부건 외부건 제약이 따르게 되어 있고, 이미 미디어 커머스에게도 그 현실은 시작되었다. 현재 미디어 커머스의 메시지들과 광고 윤리 의식에서 지금 당장 심의가 강화될 경우, 과연 몇개의 업체나 버틸 수 있을까? 블로그쪽은 이미 협찬에 대해 고지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앞선 마케팅의 역사에서 배우는게 없냔 말이다.

 

소비자의 불신은 매체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다. 이미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북 광고)"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는 오일장을 떠도는 보따리 장수인가? 적당히 이 판에서 갖은 장난으로 돈을 벌다가, 그 수책이 들통나면 다른 장터로 옮기자는 것인가? 실제로 미디어 커머스로 뛰어드는 많은 이들의 마인드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보따리 장수와 다르지 않다.

 

바이럴 마케팅을 생각해보자. 여전히 훌륭한 "컨텐츠 마케터"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바이럴 마케팅을 합니다"라는 말이 주는 마케터로서의 신뢰도가 "저는 TV 광고를 합니다"라는 말과 절대로 같지 않다. 전문성을 떠나, 외부의 사람들에게 주는 인식이 그렇다. 바이럴의 황금기에 마케팅의 기본을 모른 채 채널 장난질을 치던 수많은 선배들이 만든 결과다. "구로 마케터"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건 그 업계의 자업자득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미디어 커머스 마케터"의 이름을 물려주고 싶나?  

 

밴쯔는 운이 없어 걸려든 것이 아니다. 유명해서 시범 케이스가 된거지. 조만간 너희에게도 순서가 올거야.

 

제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잘 하지는 못해도 그른 길로 가지는 말자.

그 좋은 판을 만들어 놓고 왜 똥칠을 하고 다니나. 

 

 

 

 

네이버에서 블로그 도메인 관련 정책의 변화를 발표했다.

요점은 아래와 같다.

1. blog.me 사용 불가

2. 2차 도메인(내가 따로 도메인을 사서 블로그에 홈페이지 주소처럼 붙이는 것) 사용 불가

3. 모든 블로그 도메인은 naver.blog.com만 사용 가능

4. blog.me와 2차 도메인 지원은 2021년 1월부터 완전히 종료되고, naver.blog.com으로의 리다이레트도 중단

쉽게 말해 모든 블로그는  naver.blog.com/XXXXXX 이런 형태의 주소만 가능하며, 2021년부터 기존의 blog.me나 일반적인 도메인을 치고 들어가면 에러가 뜬다는 얘기가 된다.

 

Samesite 쿠키 정책?

설명해봐야 광고 하는 놈들이 알아 듣지도 못하고, 솔직히 나도 광고하는 놈이니 뭔 소린지 잘 모른다. 그런데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할테니, 최대한 알아들은 척을 하면 된다.

우리가 브라우저를 이용하여 온라인 사이트를 다니면, 브라우저의 쿠키라는 놈이 그 히스토리가 저장된다. 

대표적으로, 갔던 사이트에 다시 갔을 때 로그인 정보가 다시 채워지는 것도 쿠키가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광고 쪽에서는 이 쿠키라는 놈이 아주아주 큰 역할을 한다. 일단 우리가 돌아다닌 정보들이 쿠키에 저장되고, 광고 매체는 그 쿠키를 분석하여 나의 성향을 파악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요리를 좋아하는지, 대략 어떤 성별과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과 유사한 온라인 이용 패턴을 보이는지. 우리가 GDN 등에서 광고 대상을 "타게팅"한다는 것은 쿠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samesite라는 놈은 이 쿠키 내에서 크로스도메인, 즉 이 도메인에서 저쪽 도메인으로 넘어가는 정보를 다루는 것에 관여한다. samesite를 이용하여 사이트(엄격하게는 도메인)를 넘어갈 때 이전 사이트의 정보를 다루는 옵션을 제공하는데, 크롬에서 이것을 디폴트로, 그리고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예전에 되던게 안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 크롬만 이것을 적용하느냐? 아니다. 

사파리나 파이어폭스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능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해결 불가능한 이슈인가? 역시 아니다. 유튜브는 이미 가장 흔한 samesite 관련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음... 문돌이들은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 나도 몰라.

그냥 "뭐가 변하면서 이슈가 생기긴 하는데, 크롬만의 이슈도 아니고 해결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만 알아두자.

 

네이버의 거짓말

네이버 블로그 팀에서 올린 공지글을 보자.

https://blog.naver.com/blogpeople/221788926430

 

블로그 도메인 정책 변경 안내

안녕하세요.네이버 블로그 서비스팀입니다.블로그 도메인 정책이 변경되어 안내드립니다.​현재 블로그 도...

blog.naver.com

야이 개....

다시 말하지만, 이건 쿠키의 문제이다. 사용자 이동의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크롬이 언제 접근 자체를 막았어? 그게 가능키나 해? 

만일 네이버의 주장처럼 도메인 접근이 막힌다면, 워드프레스나 WIX 같은 서비스는 다 망해야 한다. 별도의 도메인을 못 붙이는데, 개인 블로그도 아닌 회사의 웹사이트라면 그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카페24와 같은 쇼핑몰 호스트도 망할 것이다. 

samesite 관련 변화는 이 글에서 다루는 정도로 아주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해결책은 존재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것을 가장 간단하고 가장 네이버 편의적으로 다루려 하고 있다. 

 

예상되는 충격

다른 많은 것들은 잘 모르겟다. 다만 검색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예상되는 것들만 다뤄보고자 한다.

우리 블로그에 사람들은 어떻게 방문할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검색이다. 검색 방문은 모든 플랫폼과 컨텐츠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일부는 블로그를 위한 광고를 운영할 수도 있고, 어떤 트래픽은 직접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레퍼럴 유입이다. 우리 블로그의 주소가 언급된 다른 채널들에서 해당 주소 링크를 클릭하여 방문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셜미디어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블로거의 글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내 글이 blog.naver.com/xxx 주소가 아니라 xxx.blog.me나 xxx.co.kr을 이용하여 공유되었다면, 2021년부터는 사람들이 해당 링크를 클릭할 경우 에러 페이지가 뜨게 된다. 페이스북에 지인이 수개월 전에 공유한 내 글을 통해서도 여전히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데, blog.me나 2차 도메인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전에 공유된 모든 링크로부터의 방문을 잃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자신의 글도 문제가 된다.

단순한 방문 문제 뿐이 아니다. 내 블로그를 인용한, 즉 내 블로그로 가는 링크를 제공한 외부의 컨텐츠들도 문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은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사용자가 아무런 장애 없이 가장 정보에 만족할 수 있는" 컨텐츠를 검색 상위에 놓는다. 소스를 정비하고, 사이트 스피드를 높이고, URL을 구조화하고, 컨텐츠를 구성하고, 키워드를 상단에 배치하고, 이미지와 영상으로 정보를 풍부하게 만드는 등 우리가 검색엔진최적화 테크닉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모두 "정보를 찾는 사용자의 편의와 정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들이다. 

만일 어떤 컨텐츠에 있는 외부의 링크들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다면? 추가 정보를 위해 링크를 클릭한 사용자들이 에러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면? 그 컨텐츠는 과연 좋은 컨텐츠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결국, 더 좋은 정보를 생산해서 더 널리 알려진 정보 생산자들이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네이버는 왜 이럴까

내 결론은 하나다. 

쿠키를 독점하고 싶다는 것.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여 발생한 모든 쿠키 정보를 blog.me나 개별 사용자의 2차 도메인이 아닌 naver.com에 묶어놓고 싶다는 것. 리다이렉트까지 막아버린다는 점에서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그것을 위해 저 사악한 짓을 거짓과 함께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최소한의 검색엔진으로서의 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런 짓은 못 한다. 세계 유일의, 최초의, 해결 불가능한 이슈도 아닌 것으로 플랫폼과 컨텐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절대 내릴 수 없다. 들어본 적도 없다. 구글도 검색엔진최적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지만, 부정한 활동들을 걸러내기 위함이지 멀쩡한 활동들을 제한하고 사용자와 정보생산자 모두에게 막연한 피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절대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많은 이해못할 일들을 해 왔지만, 이번 일은 "만행"에 가깝다. 

도대체 네이버는 어디까지 가려나.

 

* samesite에 대해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이슈를 보다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분들께서 의견을 덧붙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고, 제 글을 공유하실 때 기술적 설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알았으면 합니다. 

 

글로벌로는 볼보트럭, 국내로는 이노레드로 대표되는 동영상의 광풍 이후, 디지털 마케팅 업계는 큰 이슈 없이 상당히 잔잔한 몇년을 보내왔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용어만 새롭지 너무나 익숙한 개념이라서 물 흐르듯 업계에 녹아들었고, 한때 관심이 이는 듯 하던 SEO도 양아치 업체들의 난립과 메이저 플레이어의 부재로 흐지부지 그냥 자리에 눌러앉는 느낌이다. 사실 확 하고 바람이 불려면 검색광고에서의 이엠넷이나 에코같은 데가 나와줘야 하는데, SEO에는 아직 시장을 멱살잡고 이끌 대규모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센트 코리아 박세용 대표님 뭐하십니까? 어센트 정도면 지금쯤 한 400억 땡겨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나마 최근 비어있는 화제의 자리를 어느정도 채워주고 있는 것이 둘 있으니, 바로 블링크 코퍼레이션이 꽃피운 미디어 커머스와 그로스해킹이다. 

 

그로스해킹의 정의

 

그로스해킹이란 무엇일까.

구글링을 해보았다.

그로스해킹의 정의 구글 검색화면. 내가 봤어 다 봤어.

그로스해킹을 설명하는 많은 글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가지이다.

1. 션 앨리스가 제일 먼저 이 단어를 사용했다.

2. 라이언 홀리데이의 책으로 널리 퍼졌다.

그 외에는 다 제각각이다. 

그 제각각을 어느정도 모아서 설명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http://icunow.co.kr/growthhacking-series1/

음... 누가 나한테 저 정의들의 공통점을 좀 알려줘봐? 하나에 대한 개념이 저렇게 제각각일 수 있나?

게다가 어쩜 저렇게 추상적일 수가 있지?

고영혁과 아론긴은 둘 다 지속적인 성장을 말하지만, 고영혁의 정의는 Sustainability에, 아론긴의 정의는 자동화에 더 가까워 보인다. 라이언 홀리데이가 말한 "모호한 개념을 추구하는 마케터"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고, 벤 레비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거르는게 답. 심지어 션 엘리스의 정의조차 지금 그로스해킹을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와 다른 듯 하다.

 

그로스해킹 이전의 개념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미국 마케팅 협회(AMA)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 현재 AMA는 지난 2017년에 마케팅을 "the activity, set of institutions, and processes for creating, communicating, delivering, and exchanging offerings that have value for customers, clients, partners, and society at large"라고 정의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역시 그 시대에 맞는 정의가 존재했는데, 20년 전의 얘기라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두가지의 개념이 있다.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그리고 "일련의 활동". 그 일련이라는 게 영어로는 systematic이었던가 뭐 그랬을거다. 이게 내가 말하고 싶은 첫번째.

 

둘째, 페이스북에서 여러차례 짧게 밝힌 바 있지만,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도 데이터는 중요했다. TV 광고를 위해서 타겟의 라이프스타일의 다각도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Xports를 전면에 내세운 닥터페퍼 광고를 Ripley's Believe It or Not이라던가 Jerry Springer Show에 내보내는 일은 없었다. 이를 위해 광고회사들은 엄청난 연회비를 리서치 회사에 제공하고, 회원 전용의 온라인 서비스를 받았다. 이미 20년도 더 이전의 얘기다. 오죽하면 우리 교수님이 "니가 리서치 방법론을 만들면 3대가 먹고 살거다"라고 하셨을까. 다만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처럼 다각도의, 세밀한 고객 행동 단계에서의 측정이 불가능했을 뿐이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틀렸다.

 

다음으로, SEO에서 그 O, 즉 Optimization이 지향하는 바는 "검색결과 화면에서의 상위 노출"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Converison Optimization이라는 개념을 더하게 되었다. 그냥 닥치고 상위 노출이나 유입 증가가 아니라, 사업적 성과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지만, 당시는 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후 SEO 컨설턴트들은 단지 검색엔진을 상대하는 테크닉 뿐 아니라 사이트 방문 후의 성과를 위한 Landing Page Optimization, Consumer Journey Optimization까지 업무 영역을 넓혔다. 우리가 지금 UX 최적화라고 부르는 것들 말이다. 검색광고 마케터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더 넓게 보자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사이트 방문 이후의 고객 활동을 최적화의 지표로 삼고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제안과 시험이 뒤따르지. 

 

마지막, 샘플링과 AB 테스트. 아 내가 이것까지 설명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마케팅에 관심 있거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볼테니.

 

자, 저 네가지의 중에 그로스해킹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로스해킹으로 인해 부정된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봐라. 없다. 단언컨데 없다. 동시에, 그로스해킹에 없는 것도 없다. 

 

그로스해킹은 방법론인가 개념인가

Value Proposition이라는게 있다. 이건 개념적으로 정의되는 슬로건과 달리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가치를 전달한다. 랜드로버의 예를 들자면 ""Go Beyond" 한계를 넘어!"가 슬로건이고 , Value Proposition은 "Land Rover's ad invites its readers to get a taste of adventure, whatever your tastes"가 된다.(출처: http://blog.naver.com/chatton03?Redirect=Log&logNo=30122309402). 종종 사업규모나 시장지위 목표(아시아 NO.1 등)을 활용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전략 사이드의 사람들은 말한다. 무언가 한두문장으로 구체화할 수 없다면, 그건 뭘 하고 싶은건지 모르는 거라고. 

 

그로스해킹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건 그로스해킹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실제 그로스해킹의 예로 사용되었던 것들을 살펴보자. 초기에 그로스해킹의 대표적인 사례는 에어비앤비나 핫메일이 빠지지 않았다. 그 사례들은 전형적인 "돈을 들이지 않고 사용자의 동선에 파고 들어 사업 성과를 이루어내는" 활동들이다. 아마도 그래서 Hacking이라는 말이 붙지 않았을까? 지금 그로스해킹을 말하는 사람들은 모든, 정말 모든 활동을 하는 것이 그로스해킹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기획, 채널, 컨텐츠, 메시지, UX/UI, 그리고 데이터 분석까지. 심지어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한 웹사이트의 기술적 최적화, 즉 개발과 코딩이 언급되는 경우도 있다. 

저기요, 이 세상 어떤 업무든 모든 걸 다 하는 게 하나의 분야가 될 수 있어요?

 

모든 게 다 관여된다는 것은, 시간에 따라 근본의 개념이 변한다는 것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정의가 다르고 다양한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무언가가 없다는 것은 그로스해킹이 정확히 어떤 업무 또는 방법론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로스해킹은 방법론인가 개념인가.

 

이제는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IMC라는게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예전에는 캠페인 한번 할 때 PR과 커머셜과 프로모션이 다 따로 놀았던 것을 하나의 큰 목표를 공유하고 지향하되 각각에 최적화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최단기간 점령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있는데 어떤 놈들이 "점령"만 보고 전력누수 최소를 위해 우회기동하는 그런 일을 없게 하는거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건데, 모든 건 다 당연하기 이전의 시대가 있었다. IMC는 방법론이 아니라 개념이다. 그로스해킹을 보면 개념 같은데, 다들 방법론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영문으로 정의된 그로스해킹을 찾아보면 Umbrella strategy라는 말이 나온다. 엄브렐러. 이게 모든 걸 말해준다.

 

무엇보다 방법론이라는 건 말이지, 저쪽에서 적용된 기본 프로세스가 다른 쪽에서도 스킨만 바꾼 채 역할을 할 때 비로소 방법론이라는 이름이 붙는거다. 이놈 저놈이 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같은 이름이 붙고 방법론이 되나.

 

그로스해커는 존재하는가

그로스해킹이 개념이라면 그로스해커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IMCer가 없듯.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로스해커가 있다. 일부 회사는 그로스해킹팀이라는 조직도 보유하고 있다. 

업무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로스해커로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분석까지 다 해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로만 구성해보자. 특정 "그로스해커"가 지누스 심재형처럼 사업 기획하고 어센트 박세용처럼 컨텐츠 설계하고 비비다스 정종필처럼 미디어 다루고 아티언스 최윤희처럼 웹사이트 SEO 하고 발크 제임스처럼 UX/UI 개선하고 마이티하이브 김선영처럼 데이터 분석할 수 있어? 각각의 업무영역에서 "프로"소리를 듣고 "컨설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히 필요할 것 같나? 

10점짜리 능력 10개를 모아서 100점인 사람은 현장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내가 다루는 업무분야 중 검색광고 쪽의 얘기를 해보자.

마케터는 광고를 기획하고 적절한 매체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광고는 AB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랜딩 페이지 역시 부분수정, 다른 페이지로의 변경, 개편, 또는 마이크로 사이트 제작 등으로 테스트 한다.

광고비와 클릭, 전환의 관계에 따라 키워드의 성과 효율성을 판단하고 보다 투자가치가 높은 키워드에 집중하며, 이탈률을 통한 질적 분석도 병행한다. 성/연령과 지역 같은 분석도 물론 이루어지고, 그 분석들에 따라 지속적인 최적화가 진행된다.

종종 웹사이트가 사용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구글 사이트 스피드도 돌려보고, AB 테스트 자동화 툴을 이용해서 CTA 버튼도 이리저리 바꿔본다.

실제 현업에서 여건에 따라 이 모든 걸 다 하지는 않을 뿐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업무들이다.

이게 그로스해커들이 우끼끼 우끼끼 하는 거랑 뭐가 다르게?

 

그로스해커를 보는 내 시선은 이렇다. 그냥 좋은 마케터. 좋은 퍼포먼스 마케터.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마케터와의 차이는,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권한의 문제인 듯 하다. 대부분의 조직은 업무에 따라 일정 규모의 독립된 조직을 구성하고, 각 조직이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독립된 조직들 사이에서의 업무조율과 조직의 보호 논리, 그리고 때로는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에 따라 업무가 늦어지고 협업의 장애물이 생긴다. 웹기획자가 디자인에 지랄을 안하는거야 못하는거야? 거꾸로 디자이너가 기획팀에 반론을 제기 안하는거야 못하는거야? 그냥 조직의 벽 때문이다.

그로스해킹이란 이름을 붙이면 이 권한 자체가 한 조직 또는 사람에게 집중되고, 당연히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로스해킹을 "스타트업에 적합하다"라고 부르는 것이다. 작은 조직은 많은 업무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커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좀 못된 시선으로 본다면, 그냥 허울 좋은 이름 주고 애들 갈아마시는거다. "뭐든지 담당 팀장"이랄까.

 

그로스해커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

많은 교육기관에서 그로스해커 양성과정 이런걸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글에 공감한 사람이라면 부질없다는 것을 느낄거다.

결국, 좋은 마케터가 되면 된다. 가장 근본에 충실한 마케터, 성과지향적인 마케터.

 

여기에, 인접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필요하다. SEO 강의에서 매번 하는 얘기인데, SEO적인 관점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개발자가 단지 멋지게 작동하는 웹사이트가 아니라 검색엔진이 잘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도"고려하라 뭐 이런 얘기. 

지금 내가 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비록 나는 미디어 플래닝을 담당하고 있지만 "종합적인 마케팅적 관점"에서 랜딩 페이지도 보고 방문자 데이터 분석도 하고 마 밥도 먹고 으이 사우나도 가고 마 다 해써. 마케터지만 웹사이트의 로딩 속도나 모바일에서의 폰트 사이즈 때문에 전환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걸 개선하는 건 개발자에게 넘기되, 마케터가 해당 이슈를 의심하고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메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무엇이 주역량이고 부역량인지 명확히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10점짜리 열개를 가지고 100점이라며 "나는 다재다능한 그로스해커요"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실력 있는 *** 마케터가 그로스해킹의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관리하는거지, "*주만에 완성하는 그로스해킹 특별 양성 코스"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 아, 뭐 그냥 교양 수업 정도라면 인정. 

 

 

 

 

정확히 작년 8월 4일, 아래의 글을 올렸다.

[Other Digital Marketing] -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나님의 빠른 판단에, 배달의 민족이 실은 자기네 일도 아닌데 고작 금요일 밤 정도에 새벽까지 임원을 대기하는 정도의 얄팍한 노력만을 얹어 하나의 PR 모범사례 같은게 나와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잡지사 소셜 미디어의 사기극을 파헤친 글 이후 가장 많은 방문자를 가진 단일 게시물이었으며, 애드센스 수익도 무려 1만원(샹...)이나 벌어주었다. 


정확히 1년 후, 당시 사건 인지 반나절만에 내게 기-승-전의 피드백을 날렸던 배민 홍보파트에서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 이후 배민은 적어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메시지는 개인 페메로 왔으며, 딱히 대외적으로 알릴 거리는 아니나 이슈 제기자인 나는 알았으면 한다고, 이 내용으로 배민이 달리 주목받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와 함께.


그러나 누누히 밝혔듯 나는 배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배민 뿐 아니라 요기요 등 동일한 카테고리의 서비스 및 야놀자와 같은 O2O 서비스 회사들을 마땅치 않아한다. 아이템은 시작은 혁신이었을 지 모르지만 그 이후 여전히 남은 전근대적 프로세스도 불만이고, 그걸 교묘한 말장난으로 덮으려 드는 건 더욱 짜증난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연봉이 높아졌을 뿐인데 엘리트 인력으로 평생 살아온 양 거들먹거리는, 회사의 규모를 자신의 레벨과 착각하는 전형적인 인간들도 눈에 거슬리고 . 일부 주니어들이 회사와 김대표에 대해 거의 조선노동당과 어버이 수령님 레벨의 충성도를 대외적으로 내뱉는 것도 같잖다. 여전히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급성장한 스타트업이 대부분 겪는 내부 고인물들의 판놀이도 없었던 게 아니다. 딱히 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배민과 같은 회사를 배민이 대표한다고 보는게 더 솔직할 듯 하다.


맘에 안 드니까, 그냥 여기에 확 까 버린다. 담당자의 당부를 무시하고.


아래는 담당자(공식적인 컨택이 아니니, 배민이 아닌 담당자라고만 부르겠다)가 보내오신 지난 1년간의 변화다. 이건 내 해석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일이라 판단하여 문자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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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주문접수앱 개인정보 관련 보안 업데이트: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안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동의한 범위 외에 일부 배달대행업체의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입니다.

▷안심번호 전면 확대: 고객이 배달의민족으로 앱 내 주문 결제를 할 때,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및 목적 외 활용을 더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는 안심번호 미적용(Off)이 기본으로 되어 있던 것을 적용(On)을 기본으로 하고 원치 않는 분만 해제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일부 배달업소의 반발이 있었으나 현재는 잘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개인정보 이슈 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 개인정보 보호 위반 사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피해 고객이 발생할 경우 거주지 이전 지원, 심리 치료 지원 등 물리적, 정신적 보호와 함께 법적인 대응도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가 고객이 동의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사전에 지속적으로 업소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객보호팀 및 케어 센터 출범: 회사 내에 개인정보 관련 이슈를 상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팀을 정규 조직으로 편성했습니다. 개인정보 관련 이슈로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한 보호 조치를 위한 조직적 시스템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고객센터와는 별도로 케어센터를 마련해 개인정보 이슈, 고객-업주 간 분쟁, 업주-업주 간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사설 경호 서비스 제공: 사설 경호 업체와 계약해 음식 주문, 배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변의 위협 등 위험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 고객이나 자영업자 업주는 음식 주문 및 배달을 둘러싸고 언어적, 신체적 위협 등 위험에 처할 경우 고객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배달음식 이용 고객뿐 아니라 음식점 업주님에게도 서비스가 제공되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에스텍시스템의 전문 경호 요원을 파견해 안전을 지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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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의 조치들을 하나하나 기술적으로 뜯어보면 완결성에는 아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당장 작년의 그 일 이후에도 자잘한 이슈는 있어왔다. 

솔직히, 어떤 일들은 서비스 업종에서 뭔 짓을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어떤 일들은 이 일과 마찬가지도 사실은 배민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초점은 그게 아니다. 특정 시점에서 특정의 일이 얼마나 제대로 되어있는가가 아니라, 그 방향성을 보았으면 한다. 


1년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금요일 6시에 글을 올린 후, 페북에 공유를 요청했고, 배민에 근무중인 동생(홍보도 보안도 영업도 아니 완전하 다른 직군이다)에게 혹시나 내부 공유가 가능한지 물어보았고, 약 30분 후 팀장에게 보고가 되었다는 피드백이 왔다.

그 직후 대리 과장이 아니라 임원들이 소집되었고, 다음날 홍보실장은 완전히 파악된 개요와 밤 사이 이루어진 조치, 그리고 주말을 포함한 3일간의 단기 대책을 페메로 보내왔다.

일이 어느정도 정리된 후, 그저 제보자에 불과한 내게 한번 더 피드백이 온 것은 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일종의 랩업 메시지가 왔다.


1년 전에도 나는 배민의 움직임을 서비스와 보안이 아니라 PR의 관점에서 베스트 케이스로 소개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세미나에서 대학 강의에서 그리고 술자리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말이 있다. PR을 하는 사람들은 커머셜을 하는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고. 

[Other Digital Marketing] - 마케팅, 광고, PR의 관계 및 정의를 알려주마


배민에서 배울 수 있는 위기 관리 교훈을, 1년이 지나 또 한번 살펴보자. 

1. 인정할 것. 감추고, 선택적으로 알리는 것은 커머셜과 변호사에게 필요한 소양이다. 거짓은 어디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내가 당시 초기 연락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현은 "실제 누구의 잘못인가를 떠나 서비스 관련자로 그리고 업계의 리더로 배민은 책임을 느끼고 대응하고자 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 하나로 적어도 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게임 오버다. "어머 왜 우리 시스템이 아닌데 여기서 지랄이야. 우리 이름 빼"라고 했다면... 아 그렇게 나왔어야 물고 뜯고 더 재미졌을텐데 아쉽다.

2. 빨라야 한다. 완벽을 위해 뭉개는 동안, 밖에서는 엄청난 억측과 오해가 쌓여간다. 그 이후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골든 타임은 위기 관리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주일만 지났다면, 만명 이상이 읽은 내 글을 통해 "허허 배민 서비스가 문제구먼"이라고 섣불리 결론지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3. 대표성이 있는 메신저를 정해야 한다. 입사 3개월차가 나와서 엄청난 대책발표를 해봐야 아무도 안 믿는다. 배민은 초기부터 홍보파트의 수장이 등장했는데, 동일 건으로 연락이 왔던 다른 관련사들과 직급 자체가 달랐다.

4. 행동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위기 후 대책을 이행하지 않거나 꼼수를 부려 역풍을 맞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예를 들면 사회를 위해 기여하겠다며 재단을 만들었는데 그 재단을 가족이 장악한다던가, 아니면 그 재단이 결국 파운더를 위하는 재단이 된다던가. 배인은 "안내문"이 아니라 "조치사항"을 초기부터 만들었다.

5. 프로세스화. 위기 관리의 핵심은 단기적으로 소나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는"이 되어야 한다. 배민이 1년 후에 저렇게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것은 그 때의 조치를 일회성으로 넘긴 것이 아니라 내부 프로세스화했다는 것이다.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은 재발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배민처럼만 해라. 남처럼 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욕은 안 먹을거다.



** 제발 PR하는 놈들은 자기 일하는 자세도 좀 PR처럼 해라. 광고주가 모른다고 대충 속이고, 협력업체에도 거짓말해서 수수료 슈킹하고, 혼날까봐 보고 중간에서 먹고 그런 건 PR적인 직업윤리가 아니다. 어디에서도 안 되는 거지만 PR하는 애들은 더 그러면 안된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니들이 마케팅 바닥에서는 고고한 선비가 되어줘야지, 니들까지 아사리판으로 들어오면 어떡하냐.


** PR 한다는 놈이면 한국말로는 같은 위기관리여도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랑 리스트 매니지먼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발음하기 더 편한 걸 그냥 골라쓰느라 막 쓰는거냐?


** 나 배민 싫어하는데, 자꾸 배민이 이렇게 나오니까 진짜 힘들다. 요기요 쓰다가 작년 8월부터 배민 쓰는데, 때려치우려고 하면 이런거 하고 때려치우려고 하면 저런거 하고. 저번에도 막 갈아타려는 찰나에 치믈리에 사건 대응으로 눌러 앉히더니. 이놈들 구제불능이라고 빨리 확신하고 다른데로 가야 하는데 매번 타이밍을 놓치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으로 회원가입은 안 했다. 아직 비회원 주문한다. 니들은 평생 나를 충성고객으로 분류하지 못할 것이야 후후후 


** 앞에서도 밝혔지만 배민 홍보 담당자는 이 일로 배민이 특별한 관심을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관심을 제발 내게 좀 줘. 다들 내 글 보고 기사쓰고 그랬으면서 왜 나한테는 한명도 연락을 안 하냐. 더피알도 그렇고. 나 조만간 슈링크 받을거니까 예뻐지면 연락 좀 줘라.



네이버가 야심차게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네이버가 야심차게 "또"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네이버가 야심차게 "이제서야"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했다.

첫번째는 팩트이고, 아래의 둘은 내 느낌이다.


네이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연례행사처럼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영상 서비스 강화의 방향이라는 것이 동영상이라는 포맷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이 니즈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방송 컨텐츠와 셀럽 제휴를 통한 조기 확장은 미투데이 시절부터 지겹도록 답습해 온 네이버의 전략(어쩌면 전형적인 한국 기업의 전략)이고, 크리에이터들 역시 "너희가 원하는 바로 그걸 줄게"가 아니라 "이렇게 잘 만들었으니 한번 봐"에 가까운 컨텐츠를 만들어댄다.

네이버의 동영상 강화 발표때마다 등장하는 건 유튜브다. 국내 기업의 역차별 이슈는 서수남에 하청일처럼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데, 너무 진부해서 이제는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사용자의 검색패턴 변화를 엄청난 시장 인사이트인 양 떠드는데, 유튜브가 검색량으로는 세계 2위로 올라선 것이 거의 십년전이다. 이걸 작년에서야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전략의 근거로 꺼낸다는 게 한심할 지경이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그쪽이다 보니 네이버의 검색과 광고, 그리고 컨텐츠 서비스 전략에 대해서는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최근 몇년간 네이버의 발표는 단순한 말장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이제서야 그런 말 하는 것도 웃기고, 너희들이 한다고 해봐야 뻔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작년부터 심해진 네이버의 이러한 대 퍼블릭 전략을, 개인적으로는 한성숙 대표와 연관지어 바라보고 있다. 한대표는 꽤 오래 전부터 검색 서비스를 총괄하는 직무를 맡고 있었으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도대체 기자 한 게 몇년 전이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업인으로서 초창기 몇년의 정체성은 이후 전직을 해도 상당히 남아있게 된다. 왜 네이버의 "말장난" 같은 전략들과 한대표를 연관짓냐면, 한대표가 바라보는 사업과 사업환경 자체가 내가 볼 때는 아이엠그루트 아이엠그루트..........


이번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강화 발표의 한 축은 업그레이드된 편집툴 제공을 통한 블로그 내 동영상 컨텐츠 활성화, 그리고 그에 따른 네이버에서의 동영상 검색 강화다. 

아... 진짜 기사 잃다가 한숨 쉬고 닫았다.


잠시 다른 얘기.

2000년대 초반, 잡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사업개발을 진행했다. 사업개발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끝은 미약했으나, 시작은 겁나게 창대했지. 지금 보면 터무니 없지만 당시는 왑이다 뭐다 하면서 초창지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막 시작될 때였다. 


밀레니엄 베이비들은 모르는 이런 시절의 얘기다


KT가 2002 월드컵 BTL에 100억이라는 돈을 퍼부엇네 어쩌네 하던 직후에 그 이상의 개발비였으니, 당연히 시장 및 사업성 분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내부와 외부 자료들을 검토하던 중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적인 느낌을 가졌는데, 바로 모바일을 이용한 잡지 서비스의 기회요인 측면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기회 요인은 사용자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패턴에서 나왔다.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1) 엔터테인먼트, 2) 정보습득이었다. 지금이야 다양한 컨텐츠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보성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매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잡지가 떠오르던 시절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의 보다 깊은 조사 결과,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조사와 잡지에서 말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정보습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모바일 인터넷에서의 엔터테인먼트는 맞고 같은 시간 때우기용 게임, 정보습득은 날씨 정보를 주로 하는 생활정보를 말하는 것이었다. 즉, 표면상 같아 보였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네이버는 과연 동영상 검색이라는 속성을 이해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어느 경우에 어떤 컨텐츠를 어떤 검색어로 찾는지 충분히 분석했을까.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 2천년대 초반의 잡지 업계처럼 사실은 표현하는 단어만 같을 뿐인 두 개념을 동일하게 보는 건 아닐까.


아래는 같은 검색어에 대한 구글 웹검색과 유튜브 검색의 일자별 변화이다.

같은 검색어임에도 웹과 유튜브에서 상당히 다른 패턴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각 검색 활동에서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웹검색과 동영상 검색은 매우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내의 동영상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말한다. 블로그 내의 동영상은 유튜브의 동영상과 같을 수 있을까.

유튜브의 동영상은 온전히, 그리고 독립적인 하나의 컨텐츠로 존재한다. 

그러나 블로그 내의 동영상은 블로그 컨텐츠 중 하나의 요소로, 일종의 부연설명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텍스트와 글로 이미 구성된 블로그 컨텐츠의 모든 내용을 다시 동영상으로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색을 통해 경험하는 동영상 컨텐츠 측면에서 네이버의 동영상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나. 그 부연의 컨텐츠로 존재하는 동영상으로는 어떠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사용자가 광고를 감수하고 시청할 가치가 있을 것인가, 크리에이터가 동영상에 공을 들일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

모든 면에서 부정적으로 보여진다.


네이버가 원하는 대로 된다 하더라도, 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와 경쟁할 수 없다. 네이버가 말하는 블로그 동영상의 경쟁은 아마도 인스타그램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이상의 동영상 품질과 가치가 기대되지 않는다. 동영상을 메인으로 삼지 않는 인스타그램과 경쟁하기 위해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에 이 정도의 중요도를 두고 있는 것인가?


블로그 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네이버의 서비스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블로그 내의 동영상 컨텐츠는 점점 더 활동도가 높아지고,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서비스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서비스가 "동영상 강화를 통한 사업 활성화"라는 네이버의 일성에 맞는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원래는 크리에이터의 수익모델이나 검색어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등도 다루려고 했으나, 내가 바빠서 이만.

누가 또 쓰겠지 뭐.


야 근데 말야.

니들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은 어떻게 할거냐? 다 만들었어?




아레나와 그라치아의 전 편집장이던 안성현님께서 잡지의 에디터스 레터를 모아 책을 내셨다.

제목은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나일론 시절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아레나+나일론 총괄 본부장으로 모신 인연이 있기도 하다.

(사진은 실제 인물과 살짝 관련이 있습니다;;;)

잡지사에 만 4년을 근무하고도, 단 한번도 에디터스 레터에 관심을 갖거나 그것이 쓰여지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없다.

단순히 형식적인 인사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당 월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서론이랄까. 

새로운 시각에 대한 신선함과, 그 짧은 글들에 담긴 치열함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미안함이 든다.


안성현 편집장에 대한 인터뷰가 아레나에 실렸다.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7155

어느 업계의, 그리고 전문가의 뒷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본인의 지휘 아래 수석으로 있던 현 편집장에게서 인터뷰를 받는 전 편집장의 기분은 어떨까.

대견함과 아쉬움과,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올라오는 지적에 대한 통제가 공존하지 않을까.


인터뷰어는 "지금 매거진 업계는 폭풍 전야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다.

박지호 편집장 개인의 의견에 토를 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저 말이 매거진 업계가 갖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안일한 시각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개인에 국한된 문제라면 낫지. 박 편집장은 나와 동갑으로, 디지털도 모르는 꼰대라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며 목에 힘 딱 세우는 1군 라이선스 잡지에서만 근무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 다른 선배 편집장들은 어떨까.


매거진 업계는 폭풍 전야가 아니다. 이미 소생이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든지 오래다.

컴퓨터 매거진이 일이십만부를 팔던 90년대 후반의 정점을 지나, 정확히 1/10으로 그 시장 규모가 줄어들때까지 걸린 시간은 길어야 10년이다. 

그 가파른 하강의 그래프에서 두번의 두드러진 변곡점이 보이는데, 다음 카페와 네이버 블로그의 활성화 시기와 일치한다.

매거진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이상 잡지에서만 제공하지는 않게 된 것이며, 패션과 뷰티의 정보가 멋진 글과 사진이 아닌 단순히 정보 자체로만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 화장법을 배우기 위해 매거진을 뒤져보는게 아니라, 핸드폰으로 똑딱똑딱 찍은 블로그 글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정보가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절대 다시 되돌리지 못한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지친 사람들을 또 다른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지 다시 매거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기간동안 매거진 업계는 고고한 학처럼 "우리는 종이 잡지를 팔아(정확히는 광고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셜이 가파르게 날개를 펼치던 때에도 매거진 업계는 굳세게 저항했다. 누군가 디지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도 "누가 성공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패하는가"를 더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처럼.


지금 너도나도 디지털로 달려들었지만, 여전히 디지털적 생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라이크팜을 사서 팬 수를 뻥튀기 하는데에만 열중하지. 디지털을 단순히 확장된 접점으로만 생각한다면, 미래는 없다.

관련 글 - 잡지사 페이스북은 실제로 광고 가치가 있는가


후지필름은 생사의 기로에서 화장품 사업을 통해 전환점을 마련했다. 생뚱맞아 보이지만, 후지는 필름과 화장품 제조의 원천 노하우가 동일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후지가 스스로를 "필름 만드는 회사"라고 정의했다면 불가능했을 행보다. 

아마존 역시 그들의 핵심 역량을 책장사라고 보지 않았다.


Value Proposition. 제대로 전략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단어다. 그냥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가장 본질이 되는 서비스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잡지사의 가장 근본적인 본질은 무엇일까.

페이퍼 매거진을 만드는 곳?

브랜드와 고객의 허브?

컨텐츠를 생산하는 곳?


미디어 블링이라는 회사가 있다, 블링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곳이다.

블링은 브랜드를 대상으로 블로그 운영을 포함한 디지털 컨텐츠 사업을 몇년 전 시작했다. 매거진 업계 내에서는 많은 비아냥을 받고 있고(격 떨어진다고), 디지털 전문성에 대해서도 인정할만한 수준이 못된다.

한달에 천단위의 돈을 받는데 하루 수십명의 방문자를 갖는 디지털 플랫폼이 도대체 무슨 생명력이 있담. 블링이 대행하는 컨텐츠는 "디지털화" 되었다기보다는 매거진의 생리 그대로, 단순히 디지털에 올려질 뿐이라는 느낌이다. 성과측정은 거의 초급 수준이다 못해 없다고 봐야 하는게 맞고.

그러나 블링은 스스로를 "컨텐츠 생산자"로 정의내린, 거의 첫번째 국내 매거진이 아닐까 싶다. 그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항상은 아니지만 간헐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블링만이 정답은 아니다.

허브라는 존재로서 가능한 일은 무궁무진하며, 이미 일부 매거진은 낮은 수준이나마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을 하고 있다. 아직 큰 사업화로의 단계는 아니지만 베스트베이비의 아이사랑캠프는 오픈 10분만에 티겟이 매진되며, 더북컴퍼니의 커뮤니티 개더링 서비스도 작은 규모지만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컨텐츠 생산자로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반 바이럴 대행사는 흉내도 못내는 컨텐츠 능력을 가진 매거진 회사가 디지털적 전문성과 생리까지 갖출 때, 현재의 바이럴 대행사들은 아마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다. 


대행사에서 또는 직원으로 다양한 업계를 경험했다. 호텔, 학원, 화장품, 항공사, F&B, 관공서 등등.

그 중 매거진 업계만큼 내부 마인드가 닫힌 곳은 보기 힘들다. 그 보수적이라는 호텔도, 관공서도 조직 유연성의 한계가 있을지언정 내부 구성원의 마인드 문제는 크지 않다.

"마인드만 바꾸면 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게 제일 어렵다. 어느 회사에 속한다는 것이 단순이 자신의 커리어의 일부일 뿐이라는, 그래서 조직의 충성도가 비교적 낮은 에디터들이 다수인 것도 큰 장벽이다. 비록 회사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해도 "굳이 내가 왜?"라는 생각을 가진 구성원이 상당수 있다. 아 진짜 개인적으로도 쳐죽여 마땅한 경험들이 있지만... 생략.

혁신의 시각 역시 매우 협소하다. 매거진이 미래를 눈여겨 볼 것은 어떤 매거진이 변화에 성공했는가가 아니다. 참고할만한 매거진이라고 해봐야 전세계에서 도대체 몇종인가? 심지어 자신들보다 작은 규모의 매거진은 아무리 성공해도 애써 폄훼하는 정서를 가진 동네인데. 후지, 아마존, 애플 등등이 과연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변화하고 확장하며 성장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보험업계 웹사이트가 호텔부킹 사이트를 따라하듯, 혁신 첫걸음은 동종이 아닌 이종에서 찾아야 한다.


비록 경영진의 뻘짓으로 와르르 무너졌지만, 매거진 업계의 디지털 테스트를 선도하던 엘르가, 엘르를 늘 바로 발뒤꿈치에서 따라붙던 중앙으로 인수되었다. 중소규모 독립 매거진은 그 유연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위기는 충분하고, 판은 무르익어간다. 

과연 누가 Paradigm Shift를 가져올 것인가.

이 글은

[Other Digital Marketing] -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Other Digital Marketing] - 배달주문 정보유출 글에 대한 배달의 민족의 피드백

에 이은 글이다.


해당 업체에서 메일로 연락이 왔다.

상세한 조치 사항과 더불어, 향후 서비스 품질 관리에 대한 약속이 포함된 내용이다.

분명 사업적 피해가 없지 않았을 것이며, 내부의 누군가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졌을 수도 있다.

"어디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굳이 왜 그걸 디벼가지고"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텐데, 직접 이렇게 연락해 준 정성에 감사한다. 


해당 업체의 메일 내용을 전한다. 업체명과 담당자명은 임의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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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randon님

******의 ***과장입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허점을 발견하시고 알려주신 brandon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8/4에  brandon님께서 작성하신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글을 배달의민족을 통해 오늘 접하게 되었습니다.

 

brandon님께서 지적하신 내용이 시급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오늘 즉시 아래와 같이 조치하였습니다.

1. 현재 무료료 주문내역을 알리는 서비스는 중지하였으며
2. 기 문자발송된 주문내역을 조회 할 수 없도록 파기조치 하였습니다.

3. 다만 해당 가게가 자기 고객에게 유료로 주문내역을 알리는 서비스는 보안조치하여 모두 암호처리되어 일부 사용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보안 시스템하에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서비스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좀더 나은 대 고객서비스를 요구하는 데서 발전된 것으로서 간혹 주문접수를 잘못 받았을 경우에도 고객이 즉시 확인이 가능하여 오 배달, 이중 배달 등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가게에 대한 믿음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습니다만,

가게에서 전화로 주문을 받다보면
나이드신분들 중 많은 분들이 자판입력에 익숙하지 않아서 주문과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경우,
배달을 다시 가는 경우가 있어 미리 주문내역을 확인 할 수 있도록 택배발송 문자처럼 보내드리면 오배달이 줄어들어 좋아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가게사장님에게도 죄송하고,
문자를 받으신분 들에게도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서비스상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미리 알려주심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Other Digital Marketing] -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에 대한 배달의 민족 공식 입장 및 조치 사항이다.

홍보실장 류진님 개인 계정으로 내 페이스북에 댓글 형식으로 전달되었다.


기존 글의 하단에 추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 글은 몇가지 이유로 반드시 독립 컨텐츠로 소개하고 싶었다.

특히 PR을 공부하거나, 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고, 이 글을 둘러싼 모든 정황에 대해 반드시 잘 살펴보기 바란다. 단언하건데, 지난 수년간 내가 본 최고의 PR 액션이며, 거의 완벽하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파악이 안 되었어도 일단 초기 대응으로 불필요한 오해의 확산을 막고, 회사의 노력을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글은 금요일 오후에 작성 및 업로드되었으며, 카톡으로 배달의 민족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달된 것이 6시 정각이다. 내 페이스북에 아래 배달의 민족의 글이 달린 것은 토요일 오전 10시 14분. 모두가 늘어지는 불금을 지나는 16시간 14분만에 배달의 민족은 공식적인 분석/입장/조치계획을 내놓았다. 

"16시간 14분만에 공식적인 분석/입장/조치계획". 이게 진짜 대단한거다. 기획자인 지인에게 전달된 컨텐츠가 개발팀에 전달되고, 그 사이 또 누군가 관련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하루 밤만에 홍보팀을 통한 입장이 나왔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를 위해 홍보팀이 전면에 나서긴 하지만, 홍보팀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홍보팀이 전권을 휘두르는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는 딱 한 경우다. 미디어 관리를 통해 입막음을 하는 경우. 난 개인적으로 오너와 사장이 대중앞에서 나서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회사는 대부분 실제 이상의 뭔가를 얻고자 하며, 상당수 회사 내 감추고 싶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 이유로 배달의 민족도 내심 그리 곱지 안은 눈으로 봤으며, 뭔가 블로그에서 까댈 약점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정도의 업무 시스템을 갖춘 회사라면 어느 정도는 신뢰해도 좋겠다. 

세부적인 내용 역시 훌륭하다. 사안에 대한 공감을 먼저 언급했으며, 세부적인 경위 파악 과정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배달의 민족은 이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동시에 그동안 이와 관련된 배달의 민족의 노력을 소개한다. 이 피드백 이전에 나는 배달의 민족이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내 선도자로서의 책임의식에 대한 자각과 현재 가능한 최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어느 하나 모자람과 과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확산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조치이다. 이 글은 매체에 소개된 것도 아니고, 비교적 멀리 퍼져나가긴 했으나 개인의 블로그에 올려진 글이다. 본문에서 이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앱,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잘못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언급만으로 오독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개인 소비자의 글이라고, 아직 별 영향이 없다고, 우리 문제는 아니라고 그냥 무시하지 않은 점에서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지금까지의 블로그 글 중에 파급력이 가장 컸던 

[Social Media] - 잡지사 페이스북은 실제로 광고 가치가 있는가

때의 잡지사들의 액션과 비교해보자.

단 한 매체도 이에 대한 액션을 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광고주 찾아다니며 무마하려고나 했지. 내가 아는 것으로 적어도 두 매체가 내가 누군지 찾으려고 동네방네 알아보고 다녔고, 한 매체는 나를 아는 누군가로부터 "걔 그냥 둬. 골치 아파질거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니 내가 어떻다고...)

어느 매체인지 알 수는 없으나, 네이버에 신고까지 한 듯 하다. 한동안 네이버에서 이 글이 사라졌었거든.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된다고, 그걸 검색제외 조치한 네이버도 이해 안 가지만. 

지금은 다시 나온다 이놈들아. 


아래는 페이스북에 남겨진 배달의 민족 홍보실장 류진님의 피드백이다.
정자세로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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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on 님이 쓰신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제하의 글(본 포스팅 링크)을 접하고, 저 역시 종종 배달음식이나 택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적잖이 놀라고 걱정했을 수많은 이용자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봤습니다. 배달음식 이용자에 대한 정보 보안 및 안전 문제는 배달의민족에서도 크게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온 부분인지라, 이번에 제기하신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여기 댓글을 남깁니다.


우선 전화번호, 주소 등 배달음식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돼 범죄에까지 악용될 수 있다는 Brandon 님의 지적에 배달앱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했으며,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말씀 드립니다. 지금 이 댓글 형식의 글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당장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에 대해 Brandon 님의 글에 덧붙이는 형식으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제기하신 문제는 (Brandon 님도 글에서 지적하셨듯이) 사실 배달앱과 직접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각 배달음식 업소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방식이 배달앱을 통하건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건 발생할 수 있는 일인 것이지요.  


배달의민족에서는 (배달앱이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달음식 이용자 누구라도 잠재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여, 애초 Brandon 님의 글에서 예시된 '문제의 배달대행 업체'가 어디인지 알아보고자 어젯밤부터 긴급히 일차적인 확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아래 인용된 것처럼 Brandon 님이 자신의 글에서 요청한 바이기도 하지요. "주변에 주문배달서비스(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주기 바란다. 비록 그들의 서비스는 아니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주문내역도 이 서비스에서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대상과 방법을 알 수도 있다."  


저희 자체 조사 결과, 배달대행 업체 중 '와**스*어'라는 곳에서 Brandon 님이 예시로 보여주신 것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배달의민족과는 계약 관계는 물론, 어떠한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도 맺고 있지 않은 곳이라 배달의민족에서 고소•고발 등 직접 어떤 조치를 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와**스*어'는 직접적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업체로 파악된 만큼, 해당 업체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급히 대응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배달음식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해야 하겠습니다. 

2. 배달음식점 중 '와**스*어'를 사용하고 있는 업소의 업주 분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해당 업체의 사용을 중지해 주실 것을 강력히 권고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배달의민족 등록업소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공지를 준비되는 즉시 진행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3. 한편, '와**스*어' 외에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행업체들이 더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 배달업계 전체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동으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합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업계 선도 주자로서 이용자 고객이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물론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더욱 편안하게 배달음식을 즐기시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 배달앱 최초로 '안심번호'를 도입해 주문자의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으며, 최근에는 주문번호 변경 및 조작을 통한 제3자의 정보 조회가 불가능하도록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의 정보를 소중히 하고, 외부 유출 및 악용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이번 문제 제기를 계기로 고객 정보보안 문제에 대한 경각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업계 전반에 보안 관련 노력이 한층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배달의민족에서도 적극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Brandon 님께서 필요하다고 여기실 경우 제가 지금 댓글로 드린 내용을 원문에 추가 반영해 주시거나, 혹은 후속 글의 형태로 소개해 주시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안 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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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사장님, 

이거 때문에 어제 밤에 푸닥거리 한 직원들 보너스 좀 주셔야겠어요. 

너는 나라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선릉공원 건너편, 건물 출입문 번호가 12*9#인 00빌라 40*에 사는 스물 세살 헤어디자이너 박*영아.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 남친이랑 시켜먹은 치킨은 맛있었니? 

언제 혼자 있을 때 010-48**-9**3으로 전화하고 찾아가볼까? 가기 전에 P******@gmail.com으로 내 소개부터 보낼까?

네 사진도 모두 저장했고, 네가 좋아하는 장소들도 다 알아놨어.

페이스북을 보니 마침 지금 혼자 있네. 내가 가면 문 열어줄거야? 윗층 이사온 사람이라고 하고 벨을 누를까?


위의 박*영양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 각기 다른 사람의 정보를 조합했을 뿐, 내가 찾아낸 실제 존재하는 주소와 이름과 번호들이다. 시간제약과 귀찮음만 벗어난다면 난 당장 내일에라도 사무실 1킬로 반경에 어떤 사람이 어느 집에 사는지, 수십명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당장 이 내용으로 범죄에 이용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라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만들고, 그래서 최대한 빨리 관련된 누군가가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거이다. 이를 위해 ㅍㅍㅅㅅ 이승환 수령과 협의하였고, 이 글은 블로그에 게재됨과 동시에 ㅍㅍㅅㅅ 지면 및 네트워크에 올려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이 할 일은 좋아요가 아니라 이 글을 공유하여 보다 많은 당신의 지인들이 알게 하고, 또 그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누군가는 이 글에 나온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당신, 혹은 당신의 지인이 될 수도 있다.


먼저 말해두는데, 이 문제는 아래 캡쳐된 이미지들 속의 배달앱, 그리고 프랜차이즈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 처갓집에 주문한 내역이 있다고 해서 배민 또는 처갓집이 소비자의 정보를 함부로 여긴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난독으로 엄한 데 가서 선동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 8월 5일 10시 30분 업데이트----------------------

금요일 오후에 글을 올리고, 불금을 지나 토요일 아침 10시경 배달의 민족에서 피드백이 왔다(아 이 사람들 근무복지 좋다며 불금에 이걸 파고 있었단 말인가...).

직접 당사자도 아닌 배민, 요기요를 굳이 언급한 목적에 대해, 정확히 100% 내가 기대한 액션을 보여주었다.

PR팀은 이렇게 움직이는거고, 리스크/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는 이렇게 하는거다. 기자들 명함 들고 미디어 릴레이션스나 한다고 PR이 아닌거다.

내용이 길기도 하고, 꼭 단독 컨텐츠로 소개하고 싶어 별개의 링크를 남긴다.  

반드시 읽어봤으면 한다.

[Other Digital Marketing] - 배달주문 정보유출 글에 대한 배달의 민족의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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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일 17시 09분 업데이트----------------------

16시 10분에 요기요 홍보 담당자로부터 세부 사항에 대한 문의가 왔다. 

배달의 민족은 지인을 통해 빠르게 내부 전파가 되었다지만 요기요까지...

엄한 사람들 휴일에 귀찮게 만든 것 같아 송구하다. 

마치 배달의 민족만 뭔가를 하는 느낌을 전하는 것 같아, 관련 업체의 피드백이 전달되면 계속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왠지 오늘 저녁은 배달앱으로 주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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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일 23시 10분 업데이트----------------------

배달의 민족에서 아주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전달해주었고, 요기요 역시 담당자를 통해 연락을 주었다.

하루만에 블로그 방문자 수만 6만이니,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접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루트로건 가맹점들과 이 서비스의 제공 업체에 전달될 것이다.

드물지만, 너무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접했다. 모르는 바 아니고, 나름의 안전장치를 위해 적어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지웠다. 하지만 동일 서비스로부터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바로 자신의 서비스라는 것을 알 것이고, 누군가는 직접 시도해봤을 수도 있다. 

생각하지 못한 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ㅍㅍㅅㅅ를 동원했고,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까지 끌어들였으며, 최대한 자극적인 제목과 머리글을 만들었다. 가장 이른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조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배달통은 언급도 안했네... 그 점이 미안...)

구체적으로 가능한 범죄의 방법을 기재한 것 역시 유사한 이유이다. 한낱 개인인 내가 뭔가를 해 봤자 당장 무엇이 바뀔까. 손가락 한번 튕겨서 해결되는 조치가 아닌데. 이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위협적이고 선정적인 컨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모두의 행동을 이끌어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시작글에서 빈 집이 아니라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예로 든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만, "내가 생각한 건 꼭 다른 누군가 이미 했더라고"라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이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효율을 위해 옳음과 바람직함을 어느 정도 희생했다.

이 정도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믿어도 되겠다. 따라서 원문에 있었던 구체적인 방법들은, 적어도 내 블로그에서는 삭제한다. 

기술적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 관계자는 명함 또는 사원증 인증과 함께 Brandon.Lee@balc.co.kr로 메일을 주기 바란다. 


적극적으로 이 글을 공유한 많은 익명의 사용자들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담당자에게 감사한다. 특히 배달의 민족은 값비싼 금요일 밤을 희생하면서까지(내부인의 말로는 각 부문 이사급들까지 이 건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한다) 최고와 최선을 말해줬으며, 업계 선도자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오늘 몇몇 매체의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었는데, 사실 내가 보안이나 개발 출신이 아니라서 이 글 이상의 답변을 할 수가 없어 모두 답변을 씹었다. 굳이 기사를 쓴다면 배민의 대처를 다뤄줬으면 한다. 


회사 홍보하려고 이 글 썼다고 했던 너는 빼고. 너한테는 감사 안해 새꺄. 




--------------------- 8월 9일 10시 10분 업데이트----------------------


해당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다행히 빠른 조치가 이루어졌고, 상세한 내용을 공유해주었다.


[Other Digital Marketing] - 배달주문 개인정보 관련 해당 업체의 조치



[발단]

함께 일하는 동료가 지난 주말에 배달 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했다. 주문 후 접수 및 주문 내역, 그리고 배달 안내가 문자로 전달된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동료가 받은 문자 형태는 아래와 같다.



가장 하단의 블러처리된 곳에는 URL이 있으며,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여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원문에서 다른 주문자의 정보 확인 방법을 기재하였으나 삭제한다. 매우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주문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주문 내역까지 확인 가능하다. 사용한 주문 앱이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전개]

호랑이 밑에서 개새끼 안 나온다. 직원의 잉여력이 저런 정도라는 것은, 사장의 잉여력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는 얘기다. 

얘기를 전달받은 사장새끼(나)는, 한발 더 나간다.


(원문에서 전화번호 확인 방법을 기재하였으나 삭제한다. 매우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전화번호 확인이 가능하다.)


[완성]

이게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겠다.

몇번의(사실은 몇십번의) 검색을 통해 금요일 늦은 시간에 1인분만 주문한 내역을 몇개 찾았다.

해당 시간대는, 다인가구라면 적어도 한명 이상의 가족이 집에 있을 시간이다. 즉, 해당 시간대에 1인분 주문은 1인가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요일 밤 역시 마찬가지겠지. 



1인분만 주문했다고 1인 가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다 정확한 배경정보를 위해 입력된 주소로 지도검색을 해보았다. 



선릉공원 건너편의 블럭으로, 원룸 및 빌라가 집중된 구역이다. 1인 가구의 가능성이 단독주택지역이나 아파트 단지보다는 높다고 볼 수 있다.

지도에 표기할 수는 없지만, 위의 주소로 정확하게 건물을 찾아낼 수 있다. 



다른 주문 사례지만, 주소 뒤에 #이 들어간 숫자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호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출입문 번호로 짐작된다. 



주문자에 따르면, 본인은 건물 입구 출입번호를 기재한 적이 없다 한다.

그런데 배달주소란에는 "사람 열쇠 15** 종"이라는 출입번호가 적혀 있다. 사람모양, 열쇠모양, 종모양 버튼을 의미한다. 

만일 주문자의 기억이 맞다면(주문시 기재한 것이 없다면), 건물별 출입번호가 저 업체에 저장되어 있고, 해당 주소에서 주문시 자동으로 붙는다는 얘기다.

배달자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공유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텐데, 고객 대상의 문자에 아주 당연한 듯이 붙어 있다.

당연히, 내부 직원도 못 보도록 그 출입번호가 보안화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몇개나 되는 건물의 출입번호가 저 회사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을까? 몇명이나 아무 제한 없이 그 정보들을 볼 수 있을까?

직원이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한민족 반만년 역사에 단 한번도 없었나? 


(원문에서 개인 신상 확인 방법을 기재하였으나 삭제한다. 매우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신상 확인이 가능하다.)


[결말]

굳이 이렇게까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죄의 방법론을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일이며, 얼마나 위험한 일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범죄에 현실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배민, 요기요 뿐 아니라 여러 주문 경로가 다 다뤄지고, 치킨, 피자, 기타 업종도 모두 포함된다. 같은 프랜차이즈도 모두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개별 가맹점 단위로 계약되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지금 여기에서 그 서비스 URL을 공개한다면 바로 찾아지겠으나, 혹시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업계의 사람이라면 알아챌 것이다. 

인이 이 일에 대해 확인과 조치가 가능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뭔가를 해주기 바란다. 또한 주변에 주문배달서비스(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주기 바란다. 비록 그들의 서비스는 아니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주문내역도 이 서비스에서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대상과 방법을 알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서울 소재의 마케팅 퍼포먼스 컨설팅펌 B&A 컨설팅과 시드니 소재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Lash Creative가 함께 만들고 SEO부터 SEM, Performance Display 등 미디어/마케팅 활동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제작, 모션그래픽, 기타 글로벌 레벨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갖춘 BALC의 통합 대표이사인 이환선 대표님(brandon.lee@balc.co.kr)께 문의하기 바란다(아 이참에 회사 홍보 좀). 

본인이 관련업계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만 인증(명함, 사원증 등)한다면, 해당 사이트가 어느 사이트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겠다. 


수년 전 서울시내 어느 구의 보건소 웹사이트는 어이없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웹사이트 내에서 민원내역을 조회하기 위해서는 개인 인증을 거쳐야 하고, 해당 민원의 작성자와 관리자만 그 게시물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구글에서 검색하여 검색결과화면에서 직접 들어가면 해당 게시물로 바로 갈 수가 있었다. 민원인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모두 기재되어 있어, 누가 우리 식당과 병원에 대해 무슨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는지 확인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히 현재는 개선되었지만,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하여 이러한 정보노출의 문제는 아직도 수많은 사이트에서 여전하다.


내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그건 귀신이나 강도와는 다른 종류의 공포라 할 수 있다. 내 정보를 제공하는 댓가로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대의 사회에서 정보의 보안이란 개인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너무 오버한다고? 이번 역삼동 왁싱샵 살인사건을 봐라. 단순히 이름을 제외하고, 피해자는 어떠한 정보도 능동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이트 이따위로 만든 너, 혹은 너희들.

너희는 사용자의 정보를 소중히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요기요들과 배민들과 처갓집들과 치킨공주들이 너희를 찾아낼 것이다.



행여나 내게 직접 연락해서 글을 내려달라던가,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던가 하며 투덜댈거라면 일단 네이버와 구글에서 "잡지사 페이스북"을 검색해보고 와라. 제일 위에 뭐가 떠 있는지.

지금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했지만, 회사명으로 검색할 때 제일 위에 내 글이 뜨게 만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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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연락처 공개하면서 장난삼아 회사 이름 한번 넣었다고 "회사 홍보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어그로꾼의 댓글이 있었다.

홍보에 혈안이 되어 있으면 홈페이지부터 만들었겠지 인간아 쯧쯧.

기왕 욕먹은거 대놓고 회사 홍보해야겠다. 


미안한데, 바빠서 신규 프로젝트는 못 받을 것 같다.

선거가 끝났다. 

당선에 실패한 마당에 이만 글 닫으라는 의견도 있지만 어디 마케팅 러닝이란게 그 시즌이 지났다고 없어지나.

그래서 그냥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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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인 개념을 공유하고 시작하자.

우리가 좋은 광고물의 요소로 꼽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Grabbing Attention",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닐까.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 광고물 자체의 크리에이티브 자체로 사람들이 주목하게 하는 것.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실제로 이쪽 분야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는 그 광고물이 높여지는 환경에서 주목되는 요소로 만드는 것. 

예를 들면 아래 이미지와 같은 전략이다.

(흰 신발 사이의 붉은 신발, 푸른 배경 앞의 붉은 신발. 모두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선택이다.)


사실 광고물이라는 것은 주변 환경과의 관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광고만 보지만, 광고의 타겟들은 광고만 보지 않는다. 그 광고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가 다 그들의 시선을 가져갈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이다. 잡지나 티비 같은 시각적 독점성이 부여되는 환경의 광고가 아니라면 그 광고가 경쟁하는 시각적 요소를 고려해야만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대선 시즌이다.

포털은 이미 대선 주자들의 배너로 뒤덮이고 있다. 

불과 한두번 전의 대선과 비교해 디지털 광고 채널의 위상이 달라졌음에 설레이면서도, 사용되는 채널을 보면 아직은 디지털을 디지털만의 시각으로 보는 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대선 광고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광고이다. 개인적으로 "저거 도대체 누가 하는거야" 싶을 정도로 문재인 측의 기획이 개별 소재 수준까지 뛰어나지만, 어쨋거나 안철수 광고 이상의 이슈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논란이라고 해야 할지 이슈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반응이지만, 어쨋거나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의 벽보 광고는 앞에서 언급된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기에 나온 전략이다. 그것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안철수가 문을 열고 나오는가 안철수가 문을 닫고 들어가는가" 수준까지의 고민은 아니었더라도, "다른 포스터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저렇게 보면 센터에서 승리를 외치는 것 같지만, 사실 벽보가 5번까지만 붙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함정)


아, 참고로 말해, 안철수 광고를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구도. 다른 네명의 포스터를 보자. 포인트는 "한쪽 눈"이다. 한쪽 눈이 좌측 또는 우측에서 1/3, 위에서 1/3에 위치해 있다. 이 1/3의 위치가 사진에서 가장 필수가 되는 위치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어서 검색을 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황금분할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해할 것이다. 카메라의 그리드가 기본적으로 1/3 포인트가 4개 있는 9분할인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이것은 단지 보기 좋으라고 누군가 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각적 요소를 바라볼 때는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이다. 의도적으로 이 구도를 깨는 경우도 있다. 긴장, 불안 등의 요소를 구도를 통해 전달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안정과 신뢰를 주기 위한 대선 포스터에서 굳이 긴장과 불안이라는 요소를 사용할리는 없다.

안철수 광고에서 안철수의 얼굴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여져 있다. 

두번째는 바로 손. "관절이 잘리는 것"은 사진에서 금기시된다. 이건 의도한 긴장이나 불안의 개념이 아니다. 그냥 그 자체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슬리게 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철수의 포스터는 왜 저렇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원본의 안철수 사진이 포스터의 비율과 맞지 않았기 때문. 손을 잘리지 않게 하자니 얼굴이 너무 작아지고, 얼굴을 살리자니 손이 잘려 V 포즈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디자이너도 이렇게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자이너도 사진을 얹으며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안철수의 건물 현수막 광고. 비율이 허용되자 주먹이 잘려있지 않다.)


디지털 배너 광고는 웹페이지의 한 요소이다.

많은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간과하는 한가지. 디지털 배너 광고는 시선을 독점하는 환경을 갖지 않는다. 특히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GDN, DDN 등의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광고는 절대로 첫번째 시선 요소가 되지 못한다. 

아래는 이제석 관련된 온라인 뉴스 지면의 캡쳐 이미지이다.



미안한데 스크롤 좀 내리겠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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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석의 기사 지면에 나왔던 광고가 뭐가 있었는지 기억하나? 

저 지면을 방문하기 위해 나는 "안철수 광고"라고 검색하여 검색결과에 나온 링크 하나를 클릭했다. 즉, 나는 "안철수 광고에 대한 컨텐츠를 보겠다"라는 의도가 이미 설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제석의 기사와 같은 화면에 존재하는 부가적 요소, 특히 광고는 내가 시선을 결정하는 첫번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디지털 배너의 타이틀에서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Relevancy, 내가 강의때 하는 표현에 따르면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걔들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해야 하는 이유이다. 

같은 이유로 디지털 배너는 디자인 요소를 통한 주목도 확보 역시 강조된다. 전통적 광고 중 잡지나 티비보다는 여러 시각적 요소와 경쟁하는 지하철 및 아웃도어 광고의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의 배너 광고는 무엇을 놓쳤나

기본적인 전략에서 볼 때 전체를 아우르는 엄브렐러 전략도 갖췄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다만.

"이 배너가 어떤 환경에서 보여지는가"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네이버 데스크탑에서 안철수 광고가 보여지는 화면을 보자.

나쁘지 않다. 원래 저 위치는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네이버에서 배치한 광고 공간이다. 개편된 네이버의 화면과 잘 어울려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녹색의 배경과 선명한 흰 글씨로 주목도가 뛰어나다. 


문제는 모바일이다.

이게 뭐가 문젠지 설명하기 전에, 이 배너를 접하기 전의 우리 행동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떤 컨텐츠를 읽고 있었다. 

중간중간 사진이 나오긴 하지만, 일정한 크기의 텍스트가 채워진 컨텐츠를 읽은 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흐름이 배너가 나오는 순간 턱, 하고 단절됨을 느낀다.


다른 후보의 배너를 보자.

안철수 배너에 비해 이질감이 덜하다. 

파워포인트에 배너만 얹어본다면 안철수의 배너가 더 뛰어난 배너로 보인다. 강렬하고 단순하며 명확하다.


그러나 우리가 광고의 주목도를 말할 때 절대 빠뜨려서는 안되는 개념이 있다. 광고가 대상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가. 안철수의 배너 광고는 사용자의 심리상태에 예기치 못한 흔들림을 던진다.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사용자에게 "훅 들어온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이런걸 우리는 Disturbing하고 Annoying하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불안한 요소가 있다.

안철수의 배너에는 두개의 시각적 요소만 존재한다. 안철수 본인의 이미지, 그리고 키워드. 이 둘 중 방점은 키워드에 찍혀 있다. 아마도 기성 정당, 기성 정치인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전달하는 가치를 보고 안철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 키워드가 블러 처리되어 있다. 정작 네이버 배너의 "안철수"는 선명한데, 가치 키워드는 흐리다. 그렇다면 이 배너에서 가치 키워드는 안철수 본인의 사진보다 시각적 우선순위가 낮다는 의미인데, 다른 모든 디자인적 요소는 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키워드를 봐 달라는 배너인데, 그 키워드가 흐리다. 굉장한 심리적 불안감이다. "내가 지금 뭘 주목해야 하는거지"라는 것을 우리 뇌는 느낀다. 

디자인에서 타이포는 점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글자체와 굵기와 크기와 배치와 색깔, 그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배너의 타이포는, 특히 선거 광고에서의 타이포는 텍스트가 전달하는 의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안철수는 배너를 통해 변화, 혁신, 미래가 모호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저 키워드 역시 저렇게 사용되어서는 안되었다.

모든 배너를 포함한 광고물의 키워드가 동일한 스타일은 아니다. 저 크기의 배너에서만 저렇게 보이며, 이것은 타이포가 갖는 비언어적 역할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명심하자.

두드러진다고, 차별화된다고, 다르다고 다 좋은게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상대로 하고 있으며, 광고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위에 끼어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 광고를 접하는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워낙 민감한 시기라서 첨언한다.

1. 나는 3번 지지자는 아니다. 3번이랑 맨날 싸우는 쪽 지지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새끼... 순수하게 쓴 척 했는데 의도가 있었네"라고 하지 마라.

2. 이 바닥이 좁으니 어떻게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안철수 광고에 아는 회사 아는 사람들도 관련되어 있다. NDA가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보안 대상인지 몰라 그 회사와 사람들이 광고의 어느 단계에서 얼만큼 관련되어 있는지는 못 밝히겠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악의적인 의도로 이 글을 썼을 리는 없다. 

3. 광고 하는 사람이 광고를 보고 쓴 광고에 대한 글이다.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칭찬도 하나 하고 가자.

모든 후보의 모든 광고물을 통털어, 내가 본 이번 대선의 베스트다. 

광고가 얹힌 공간의 선택도 좋았다. 검거나 누런 건물이었다면 이런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을거다. 

마케팅, 광고, 홍보, PR

너무나 흔히 쓰이고 있지만 의외로 그 본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놈이 그놈 같지만 본질의 차이는 전략과 목표, 그리고 과정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늘은 마케팅, 광고, PR의 개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마케팅과 광고와 홍보의 관계에 대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SNS마케팅을 선점하라(https://www.facebook.com/soldout.instagrambook)"라는 페이지에서 올린 게시물입니다. 

인스타그램으로 SNS마케팅을 선점하라 인용 이미지

이 페이지에서 만든게 아니라 웹에 있는 것을 퍼와서 아래쪽에 한글로 정리만 한 것입니다.

먼저, 번역 자체가 틀렸죠. Advertising이 왜 홍보입니까? 광고홍보학과를 영어로 쓰면 AdvertisingAdvertising Major입니까?

각각의 해석 자체도 터무니 없이 틀렸습니다. 이걸 처음 만든 Miranda Leslau가 봤으면 뒤로 넘어가겠군요. 

내가 저런 것들이랑 같은 "마케터" 소리 들으려고 등록금 쳐 부어가며 유학까지 갔다 왔나 싶을 때마다 정말이지...


개념 정리 들어갑니다.


마케팅

마케팅이란 앞으로 언급될 모든 개념을 총괄하는 Umbrella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달리 내려지는데요(주로 미국 마케티 협외의 정이에 따릅니다), 광의의 마케팅은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케팅이 하나의 큰 벽이고, 나머지는 그 벽을 구성하는 벽돌이라고 흔히들 표현합니다.


광고 (Advertising)

광고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PR 광고(PR Advertising)와 상업 광고(Commercial Advertising).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광고란 상업 광고(Commercial Advertising)입니다. 아래에서도 광고라는 단어는 Commercial Ad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상업 광고(Commercial Advertising)의 핵심 개념은 "단기간"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의 광고는 단기간에 제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Commercial Ad입니다]

비비고 왕교자 온라인 배너광고


PR (Public Relations)

많은 용어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다소 개념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PR과 홍보도 그런 예입니다. PR과 홍보는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PR은 "장기간"에 "브랜드"를 파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합니다. 

그 브랜드에 대한 긍적적인 인식을 지속적으로 구축하여, 그 신뢰가 개별 제품의 판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PR은 Commercial Ad보다는 유연한 개념으로 다양한 예외가 있는데요, 보도자료와 같이 단기간에 직접적인 판매 증진을 위한 활동도 PR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 구축을 위한 PR 캠페인입니다]

삼성 또하나의 가족 브랜드 PR 광고 스크린샷



그래서, 뭔이 중헌디?

위의 본질적인 개념에 더불어, 하나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차이가 있습니다. 

광고는 변호사와 가깝고, 법은 윤리학자와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Crisis Management입니다. 

회사에 어떠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광고"적"인 접근의 기본은 "불리한 것은 말하지 않는다"입니다. 단, 거짓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변호사와 가깝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PR"적"인 접근은 "모든 사실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대책을 공개하여 여론을 다시 긍정적으로 전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질의 차이가 전략과 목표, 그리고 과정에 있어 차이를 가져온다고 서두에 말씀드렸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와 오류들


"광고는 돈을 쓰는 것" vs "PR은 돈을 안 쓰는 것"

어쩌면 가장 흔하게 보이는 잘못된 정의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위에 언급된 삼성의 PR 캠페인이나, TV에서 자주 보이는 공익광고 캠페인은 PR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R을 보도자료와 같은 Media Relations에 국한되어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PR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는 뜻"

물론, 진지한 정의가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PR 현업에 있는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전문가로서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브랜딩"에 대해서는 달리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브랜딩이 다른 개념들과 같은 레벨의 범주에 놓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은 마케팅/광고/PR 활동의 목적 또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한 회사"라는 걸 신념으로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겠지요. 기본적으로는 광고주에게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돈 안돼도 이슈는 보고하고, 마케터로서 데이터의 해석에 솔직해야 하고, 협력사들에게 삥 안뜯고. 사람 먹고사는 일에 매 순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일관된 무엇을 지향하느냐가 결국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놈들이랑 같은 취급을 받고 경쟁 피티를 해야 하고 심지어 피티에서 져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이 자꾸 생기네요.

대행사의 실력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광고주에 대한 태도와 철학의 문제입니다. 

그런 애들이 설치게 다니게 냅두면, 언젠가 "어? 너 이런거 한다고? 나 너같은 애들 많이 봤는데... 사실 그거 별거 없더만"이라는 말이 언젠가 자신에게 날아오게 됩니다. 사실 언더독도 아닌 듣보킹이라서 저런 말 조차 듣지 못한다는 건 함정

어디 가서 "나 이거 하는 사람이오"라는 말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은 함께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사방에서 흘러들어온 SEO 사기꾼들 까는건 이제 하다못해 ㅍㅍㅅㅅ에서 강의를 만들 정도로 했으니, 최근 다른 분야들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몇가지 까보자 합니다. 페북에 쓰다가 심한 딮빡에 단문으로는 해결이 안돼서... 

참고로 아래 사례들은 모두 여기저기 이름 던지면 꽤 아는 대행사들입니다. 심지어 어떤 애들은 탑5 이내 규모. 

대행사들이 했던 병짓은 병), 저의 빡침의 근거는 빡)으로 구분합니다.


[사례 1 - 네이버 브랜드검색]

병) 네이버 브랜드검색에 키워드 4개씩만 운영

빡) 네이버 브랜드검색은 최대 30개의 키워드를 구매, 이전 30일간 해당 키워드 검색량의 총합에 따라 단가가 매겨집니다. 최소 비용은 검색량 0~8천에 50만원입니다. 즉, 키워드를 하나만 쓰던 30개를 쓰던 총합이 8천만 안 넘기면 50만원으로 동일합니다. 브랜드 검색은 단일 검색행동(키워드)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검색량이 적어도 가급적 많은 키워드를 걸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4개만 걸었다? 이거 그냥 일하기 싫다는 거죠. 


네이버 브랜드 검색의 예

* 아디다스 브랜드검색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멀쩡해서 예로 가져왔어요. 혹시나 이 글 보실 담당자분 오해 ㄴㄴ해요.


[사례 2 - 페이스북]

병) 광고주 브랜드 공식 계정을 대행사 비즈니스 관리자 계정 "소유"로 운영. 

빡) 대행사 계정이 광고주 계정의 관리자로 지정된게 아니라, 대행사 계정이 아예 소유자에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사례 3 - 페이스북]

병) 광고주 페이지가 최초 담당자 개인 계정으로 생성되어 페이스북 알고리즘상 도달에 페널티를 받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새로운 계정 생성 제안

빡) 이 개새끼가 진짜... 이건 프로필과 페이지를 구분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 프로필을 회사/브랜드 대표 계정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프로필은 실제의 그 개인이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정책 위반으로 계정 차단까지 가능합니다. 개인 프로필로 회사/브랜드 대표 홍보 채널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페이지로의 전환이 페이스북에서 권장됩니다. 

그농의 알고리즘 알고리즘...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데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냥 알고리즘을 언급하는 것은 "나도 어떡해야 할지 모른단 말이에요"의 의미입니다. 이건 광고주와 프로젝트에 대한 태도와 철학를 대변하는 것으로, 그다지 좋은 Sign은 아닙니다. 

그리고 계정을 새로 파면 그동안의 컨텐츠와 팬은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제안을 하려면 최소한 정말 우리가 도달률이 낮은건지, 낮다면 왜 낮은건지, 광고주의 목표가 지나친 욕심인 것은 아닌지, 합당한 목표의 조정이나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등등이 나와야죠. 대부분의 "최적화"는 현재 상태에서의 개선을 전제로 하는겁니다. 


[사례 4 - 블로그]

병) 브랜드 블로그가 저품질 블로그로 판명되어 활성화가 제한되니 최적화 블로그를 구매, 블로그 이전 제안

빡) 저품질 블로그라고 낙인찍어주는 서비스 있습니까? "저품질인가보다"가 아니고 "저품질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와 방법이 존재합니까? 없습니다. 검색엔진에 의한 페널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트래픽으로 판단합니다. 정확히 어느 기점부터 트래픽이 급감했으며 플랫폼의 이슈는 없었다면 페널티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사례의 블로그를 살펴보니 그냥 한번도 활성화된 적이 없습니다. 컨텐츠가 너무 검색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좋은 글이지만 검색엔진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컨텐츠에요. 아니 그 글에 타겟 키워드가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는데 무슨 재주로 네이버랑 구글이 그 블로그 글을 검색 상단에 보여줘요... ㅠㅠ 

최적화 블로그를 구매한다는게 무슨 소리야 이 시부댕탱탱구리들아. 

플랫폼의 최적화 여부와 그 말 많은 네이버 저품질 블로그라는 것의 요소 자체가 컨텐츠인데, 지금 트래픽 높은 블로그를 사서 다 지우고 지금 블로그 컨텐츠 이전한다고 뭐가 나아지는데? 

브랜드 공식 블로그라는 건 블로그 주소까지도 신경을 쓰는데, 최적화 블로그라고 blog.naver.com/1818444 이런거 살 수도 없는거잖아요. Redirect도 지원 안되는 상황에서 블로그 이전은 말처럼 간단하게 판단할 게 아닙니다. 


[사례 5 - 블로그]

병) 티스토리 블로그는 네이버 노출에서 불리하니 네이버 블로그로 이전 제안

빡) 아 울고싶... 제가 지금까지 공식/비공식 브랜드 블로그 8개 돌려봤는데 다 티스토리였고 검색 상위 빵빵 쳤습니다. 오히려 네이버/다음/구글 3개 검색엔진에 모두 잘 먹히면서 트래픽 잘 나왔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네이버 블로그가 상위에 많이 보이는 이유는 딱 두개입니다. 

첫째는, 네이버 블로그 컨텐츠가 많으니까. 서울에서 돌 던졌을때 김씨 이씨 박씨가 많이 맞는 건 김씨 이씨 박씨가 많아서이지 김씨 이씨 박씨가 돌을 잘 맞는 성씨라서가 아니잖아요. 

둘째는 더 같단. 우리가 별로 하위 페이지까지는 안 보니까. 어차피 블로그 검색영역 2~3페이지까지만 검색해보면서 "역시 네이버 블로그가 네이버 검색 상위에 많이 나오는군" 이렇게 결론내리면... 네이버 검색 하위에는 네이버 블로그 더 많은데. 


[사례 6 - 키워드 검색광고]

병) 키워드의 74%가 Generic Term

빡) Generic Term(또는 일반 키워드)이란 어떤 키워드 카테고리에서 가장 범용의 키워드를 말합니다. 위에 언급된 아디다스 머큐리팩 축구화에서 Generic Term은 "축구화", 더 끌고 나가면 "신발"이 되겠지요. Generic Term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고 많은 경쟁자들이 노출을 원하는만큼 광고비용이 상당히 비쌉니다. 장담컨데 키워드 한개만으로 월 1억 쓰게 만들어드릴 수 있음. 반면 Generic Term은 Decision Making Process에서 상당히 초기 단계이므로 전환력은 낮습니다. 그냥 비싼데 판매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업계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경우는 Generic Term의 전환력이 좋은 경우도 있어요. 

실제 문제가 된 계정을 깔 수는 없으니(고소미 시져시져) 최근 제안 들어간 다른 예를 말씀드릴께요. 교육기관입니다. "실용음악"을 검색하는 사람 대부분은 관련 교육기관을 검색합니다. 따라서 "실용음악과" 관련 Generic Term인 "실용음악"을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분양이나 훈련, 관련용품, 종류 정보 획득 등의 검색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키워드는 교육기관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키워드입니다. User Intention Analysis는 그냥 머리 굴려서 때려잡는건 아니고요, 가장 타당하게는 저희 회사로 계약서를 보내시는 방법이...굽실굽실...

Generic Term으로 대부분 구성된 계정은 비용/노출/클릭은 높지만 전환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환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환 효율성은 매우 나쁩니다. 검색광고는 최고의 Performance Media인데, 매체의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운영되는 경우 대부분 대행사들은 "네이버 상단에 노출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광고주에게 해명합니다. 실제로는 일 안하고 수수료나 뻥튀기하고 싶은 거면서 뻥치고 있어 진짜... 니들이 그러고 다니니까 "저희는 유명해서 검색광고는 생각 안 해요"라는 소리가 나오는거 아냐. 지들 발등 찍는 건지도 모르고 쯧쯧 


흔한 검색광고 돈지랄의 예 1

* 대출 필요할 때 돈이라고 검색하는 사람은 없다. "돈" 키워드의 1위 노출 CPC는 데스크탑 6,230원, 모바일 12,420원이다. 모바일에서 러시앤캐시 10번만 살포시 클릭하면 광고비 12만원이 사라진다. 이 돈이면 아프리카 아이들을...


흔한 검색광고 돈지랄의 예 2

*"차"를 검색한 사람중에 도대체 몇명이나 자동차 검색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흔한 검색광고 돈지랄의 예 3

* 와 당황스럽고 신기하고 재미지다. 이런 키워드에 광고가 걸린다는 것도 신기한데 저런 애들이 하고 있다니. 누가 나 저기 좀 꽂아줘라. 원래 나같은 애들이 나쁜 맘 먹으면 진짜 잘 나쁘거든. 


[사례 7 -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병) 월평균 방문자 1천명 이하의 웹사이트에 첫달 리마케팅 캠페인 예산 3천만원 제안

빡) 죽어 그냥. 리마케팅 스펠링은 쓸 줄 아냐?


아 좀... 모르면 모른다고, 열심히 알아보고 회신드린다고 하고

전화 한통이면 드러날 거짓말 하지 말자 제발.

토요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광고주한테 "그 대행사 거짓말한거에요" 메일 쓰게 만들지 말고 

아오 내가 디지털 업계 사람으로 쪽팔려서 그냥 확 마 확 아오 확 

제목처럼 진짜 일부고 유달리 내 주변에서만 자꾸 일어나는 일이길 바란다.


내 얘기다 싶고 넌 뭐가 그리 잘났는데 싶으면 회사명 까고 댓글 고고 

아주 그냥 영혼의 심연까지 탈탈 확 마 아오 확 



오늘은 B&A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채널 관리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수시로 집행 이슈가 발생하는데요, 그 때마다 채널 활용이 고민됩니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불확실성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는 깜짝파티도 질색하는 정도에요. 가족과 쇼핑을 갈 때도, 점심 전에 들어오자고 나갔는데 점심때가 되어서 먹고 들어가자고 하면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예측한 것에서 벗어난 돌발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어디 생각한대로 되나요? 항상 돌발의 연속이죠. 그래도 그 경우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을 할 때도 가급적 많은 것들을 템플릿화 합니다.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요. 물론 대다수의 경우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신은 가져갈 수 있습니다.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외부 변수에 의한 돌발적인 상황이 많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적게 나오는 경우, 추가 예산을 바로 투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Channel Smörgåsbord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마케팅 채널들을 뷔페처럼 정리해서요. 


제일 위에 보시면 마케팅 활동들이 구분되어 있고, 아래에 그 활동의 대상이 있습니다. 광고 미디어들이지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Success Metric, 즉 이 활동은 무엇을 위해 진행하는 것인지를 적었습니다. Long, Short 이렇게 된 것은 집행 후 성과를 확인하기까지의 기간입니다. 그 아래는 적용이나 변경이 얼마나 유연한지가 표시되어 있고, 맨 아래는 필요 예산입니다. 

 이건 브랜드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달라요. 예를 들어 저 위에 표에서는 SEO가 Small $으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이 회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SEO가 적용된 상태라서 추가적인 관리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이럴이 키 채널인 상황에서는 바이럴쪽이 Small이 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쪽에서 "천만원 정도 예산이 더 있는데 이번달 전환성과를 높이기 위해 뭘 하면 좋을까?"라는 문의가 왔다면, Conversion-Short-Mid$의 속성을 갖고 있는 채널들 중에서 판단을 하면 되죠. 신규 캠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이 실제 방문량을 높여 신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Traffic이 강한 채널을 크게 가져가고 Education 채널을 추가하면 되겠죠.

그리고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이런걸 어디서 들었는데 우리도 할까?"라고 문의가 왔을 경우, "지금 캠페인 상황은 이렇고, 추가적으로 달성할 목표는 이렇기 때문에 그 매체는 지금 상황에 맞다/다르다"는 판단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 브랜드 같은 경우는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한 전환 기여가 크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전환 증대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문자 수는 늘어날 것이고 방문효율 역시 좋다. 따라서 향후 리마케팅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즉시성과는 약하니, 그래도 하실거면 이 정도의 예산으로 한번 해 보시라"는 답변이 가능합니다. 한 눈에 정리되어 있으니 클라이언트쪽의 이해도 빠르고요. 

이러면 뭐하나. 
프로젝트가 별로 없는데.
아이고 의미없다. 
아아 매체집행 문의 받고 싶다. 


If the tapdancing becomes less constant, less furious, less necessary, what will the result be? The result will be more honesty, more focus, fewer clients, but eventually the revenues will be the same. Because the new day of honesty will create a machine more personalized, more truthful, and the client that wasn't bullshitted this year, has a greater chance of greatness next year.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로, 제리는 이 얘기를 담은 페이퍼를 돌렸다가 회사에서 내쫓기고 만다.
이 말은 우리 회사의 회사소개서 가장 앞 페이지의 Mission Statement라는 페이지에 들어가 있다.
열개의 Account를 늘려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라도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는 것. 그리고 그 성과는 이후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회사 포트폴리오에 "몇개의 클라이언트"와 "얼마의 빌링"이 성공의 척도인 에이전시 바닥에서 어쩌면 미련하고 어린 소리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만들면서 3년 정도까지는 꼭 지켜가고 싶은, 혹은 이루고 싶은 몇가지의 개인적인 바람이 더 있었다. 
첫째는 한명의 AE가 최대 3개까지의 프로젝트만 맡기. 경험으로 보아 그 이상이 되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치는" 것이 된다. 
둘째는 근무환경 자유롭게 하기. 일의 성과는 9~6에 사무실에서 내 눈 앞에 앉아 있어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우리회사 직원이 다른 곳에서 인정을 받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기. 자신이 이력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불려가기. 회사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정서와 시스템이라는 것이 생길테고, 직원이 인정받는 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정서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얘기니까.

둥 둥 머리속에 떠다니던 생각이 하나로 정리된 것은 지난 8월, 방콕으로 간 휴가에서였다.
난 도대체 무슨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일까? 앞으로 우리 회사가 일을 하고 안하고를 결정할 때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그 "철학"이란 건 무엇일까?
난 그 정리된 문장을 심장과 가까운 내 왼팔에 새겼다.

("아이티" 아니다. "잇"이다.)


저 사람이 돈이 많아서, 저 사람이 배경이 좋아서, 저 사람하고 있으면 뭔가 떨어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단지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함께 어울려야 좋은 관계가 되듯, 일도 그렇게 하자. 

내가 저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일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고통이 될 테고, 그러면 성과도 안 날 것이고, 결국 우리 회사도 나쁜 회사가 된다. 돈이 아니라, 그 회사가 주는 네임벨류가 아니라 그 일이 좋으니까,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실제로 저 판단으로 거절한 일도 몇 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기대하시는 것만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13년을 차근차근 돌아보니, 2012년 말의 기대와 욕심, 그리고 걱정이 아무 의미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갔다.
회사로서는 여전히 작고 아무도 모르지만, 직원도 늘었고 월급도 잘 나갔고 작지만 연말 성과급도 줄 수 있었고 야근도 적었고. 2013년 클라이언트는 2014년에도 함께 가고, 기존 클라이언트로부터의 프로젝트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들어왔고.
이제 겨우 1년이 된 회사지만 "1년차 치고는" 참 잘 가고 있다.

2014년의 B&A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한달 정도 고민을 했고, 의외로 답을 빨리 찾았다.

"프로젝트 앞에 탐욕스럽지 말자"

가장 핵심은 할 줄 아는 걸 하자는 것이다. 
계약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기업 상담과 교육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의 현황과 성과리포트를 보게 된다. 가장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때는 "이 회사 이거 못하는데"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을 때이다. 보나마나 다른 회사에 넘기고 거간비를 받거나, 담당자가 대충 클라이언트를 속이는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내 입으로 "그 회사랑 거래하지 마시죠"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경은 안봐도 뻔하다. 클라이언트가 "이런것도 할 줄 알아?"라고 했을 때 빌링이 있으니 일단 홀드하고 보자는 거겠지.
이 바닥에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클라이언트의 담당자는 그 회사로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주변에도 나쁜 얘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B&A라고 늘 아는 것만 했겠나.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줄 모르거나, "동준아, 너 이거 무슨 얘긴지 알겠어?"라고 물었을 때 내부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는 것들에 욕심내지 않았다.
거기에서 하나 더, 아주 큰 복이 내게 왔었으니, 바로 클리이언트 복이다.
"이건 저희가 제일 잘 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내 말에
"알아요. 그런데, 하시면서 잘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라거나
"같이 한번 만들어 보시죠"라고 답해주는 클라이언트.
어쨋든, 우린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했다. 최소한 "모르는데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라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무턱대고 받아다가 대충 눈가림을 할 만큼 나는 배포가 크지 못하다.

탐욕의 결과는 내부에서도 나올 것이다.
내부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얼마짜린데. 알아서 해"라는 경영진의 요구는, 실무자들을 지치게 한다.
그리고 지친 실무자는? 떠난다. 
굳이 정이 떨어졌는데 남아있을만큼 B&A는 유명하지도,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 회사다.

2012~2013을 넘어오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믿음이다.
내가 이걸 갖고 들어가면 우리 애들이 받아서 해 주겠지 하는 경영자의 믿음.
내가 판단이 안서면 나보다 두배의 사회경험이 많은 공동대표님께서 길을 알려주시겠지 하는 파트너의 믿음.
우리 분석과 제안과 상황을 그대로 받아주는 클라이언트의 믿음.

거짓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안으로 밖으로. 



원래 이런건 종무식 시무식에서 멋지게 발표해야 하는데, 우리 애들은 조금만 말이 길어지만 안 듣고 딴데 봐서 블로그에 남깁니다.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 광고 커뮤니케이션 분야로의 취업을 목표로 하거나 재충전을 원하는 청춘들을 대상으로 하여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스쿨"을 개최합니다. 


작년 가을에 이어 이번이 2기이며, 10월 2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총 5회에 걸쳐 광고/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협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소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광고부터 소셜, 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수강료는 없으며 다섯번의 세션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은 신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삼성동에 위치한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사무실입니다.


https://www.facebook.com/kihoonhan0512


한기훈 대표님께서는 DDB Korea와 Aegis Media Korea 대표이사를 역임하셨으며, 개인적으로는 저의 멘토이기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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